매년 기부된 1조원, 세제혜택은 '0원'…이상한 세법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10.08 16:19
글자크기

[선임기자가 판다/법인세법 소득세법]소득 대비 기부금 비용인정 비율 높여야

지난 5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과 이사, 지역회장단이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운동' 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중기중앙회지난 5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단과 이사, 지역회장단이 '긴급재난지원금 자발적 기부운동' 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중기중앙회


민간 기부활동을 위축시키는 세제를 조속히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회에 건의한 '조속입법' 사안 중 '자발적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 요구가 그것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가 2006년 법인세법 개정에 이어 2013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법정 기부금의 비용 인정 한도를 줄이고, 개인의 기부금 공제방식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하면서 민간 기부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매년 기부된 1조원, 세제혜택은 '0원'…이상한 세법
각국 통계에 따르면 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미국이 2.1%(2017년 기준), 뉴질랜드 1.16%(2014년 기준)인 반면 한국은 0.79%(2016년 기준)로 상대적으로 낮다. 개인의 기부 참여율도 영국이 88%(2017년 기준), 캐나다 82%(2013년 기준)인데 비해 한국은 26.8%(2017년 기준)에 그친다.



기부금 참여비율이 이렇게 낮은 상황에서 최근 10년간 국내 기부금 총액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기부금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2008년 기부금 총 규모가 9조 4900억원이었던 것이 2017년 12조 9500억원으로 36.5% 늘었다. 하지만 GDP 대비 비중은 2008년 0.78%에서 2013년 0.83%로 높아졌다가 다시 2017년에 0.7%로 떨어졌다.

이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세법 개정 과정에서 민간의 기부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된 영향이 크다는 게 경제계 시각이다.


2006년 법인세법 개정 당시 법인의 법정기부금 비용인정(법인소득에서 공제) 한도를 소득(이월결손금을 제외한)의 100%에서 50%(2009년부터)로 줄였다.

이는 곧 법정기부금(국가 지자체 등에 기부) 중 소득의 절반을 넘는 부분은 비용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지정기부금(문화 예술 종교 등 공익적 단체 기부금)은 소득의 10%를 넘을 경우 비용 인정을 받지 못했다.

2013년 소득세법 개정에서는 개인 기부금의 공제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꿔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의 세 부담이 되레 늘어나게 바뀌었다.

자료제공: 대한상공회의소자료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이에 따라 법인 기부금은 2014년 고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9년 3조 4600억원이던 법인의 기부금은 2014년 4조 9100억원까지 높아졌다가 2017년에는 4조 6500억원으로 고점대비 5.3% 떨어졌다.

법인 기부금 중 비용인정 한도를 초과하는 법인은 2013~2018년까지 매년 1만개를 넘었는데 이들은 1조원 내외의 금액을 기부하고도 해당 금액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금을 걷어 정부가 지원하는 것보다는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더 많은 비용투입 효과가 있다"며 "세금을 내면 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지만, 지정 기부를 하면 민간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비용이 투입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캐나다 등은 한국보다 높은 비율로 비용 인정을 해주고 있다. 우리 법정기부금 비용인정 비율이 소득의 50%인데 비해 영국·아일랜드·싱가포르·필리핀·베트남은 소득의 100% 범위 내에서 기부금을 비용으로 인정하고, 캐나다도 75%를 비용으로 인정한다.

대한상의 기업정책팀 관계자는 "민간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정기부금의 경우 법인 소득의 50%에서 100%로 인정 한도를 확대하고, 지정기부금도 법인 소득의 10%에서 30%로 인정한도를 높여야 한다"며 법인세법 개정을 촉구했다.

또 개인 기부금의 공제방식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2013년에 바꾼 후 개인의 기부금이 2014년 처음 전년보다 감소했다.
자료출처: 대한상공회의소자료출처: 대한상공회의소
개인기부금의 경우 2010년 6조 5300억원에서 2013년 7조 8300억원까지 늘었다가 2014년 7조 7100억원으로 처음 역성장(-1.53%)했다. 세액공제 이후 기부 여력이 많은 중위·고위 소득자의 세 부담이 늘면서 기부 의욕을 꺾었다는 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구결과(2017년)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독일, 대만 등 상당수 국가가 개인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방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하나의 방식만을 설정하지 말고 세액공제나 소득공제 중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