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온 순증 가입자수는 1만2433명으로 올들어 가장 많았다. 알뜰폰으로의 번호 이동자는 6월 5138명, 7월 6967명, 8월 9909명에 이어 4개월 연속 광폭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통신사들의 대대적인 5G 마케팅 공세로 위축됐던 알뜰폰 시장이 활력을 띠고 있는 것. 코로나19로 저렴한 알뜰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때마침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맞물리면서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알뜰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자 최근 이통사와 알뜰폰 사업자들도 선제적으로 상품 강화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통신 3사 중 최초로 자사 고객만 받을 수 있던 '가족결합(휴대전화+인터넷+인터넷TV)'을 자사 알뜰폰 고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알뜰폰 브랜드 U+알뜰모바일은 지난달부터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적립해 사용이 가능한 '10% 적립 요금제'도 출시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Liiv M)은 지난달 군인 전용 요금제인 '나라사랑 LTE 요금제'를 내놨다. 현역병, 예비역, 입영대기자 등 나라사랑카드 발급 대상자를 대상으로 데이터(월 71GB·소진 이후 3Mbps 무제한), 음성통화, 문자서비스 모두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2만9900원 요금제다. 또 KB국민카드와 연계하면 월 2200원도 추가할인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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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시장, 중소사업자 버티기 힘든 구조"
/사진=알뜰폰 허브사이트
우선 알뜰폰 업체는 이통사의 망을 빌려쓰기 때문에 이통사에 망 도매대가를 지불한다. 종량제 방식의 경우 음성서비스는 분당 18.43원, 데이터는 1MB당 2.95원을 지불한다. 업계 관계자는 "음성 1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MB를 제공하는 4400원짜리 요금제 하나를 팔면 기타 전산 대행비와 망 도매대가가 5193원이 든다. 고객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남김없이 다 썼을 때를 가정한 계산이지만 기본적으로 1000원 가량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데이터 비중이 큰 LTE 대용량 요금제와 5G 요금제는 요금제 판매 가격의 66~75%가 이동통신사에 돌아간다.
여기에다 각종 판매창구에 판매수수료도 지불한다. 우체국 입점 업체의 수수료는 접수 1건당 2만5000원이다. 여기에 유심발급, 기기변경 등에 들어가는 업무 지원 수수료도 낸다. 월 3300원짜리 요금제를 팔든 1만원짜리 요금제를 팔든 똑같이 접수 1건당 최소 2만5000원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에서 팔리는 요금제가 대체로 저렴한 요금제이다 보니 한 이용자가 가입을 3년 정도는 계속 유지해야 수익이 겨우 발생한다"고 전했다.
최근 개편한 알뜰폰 허브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초기 입점 수수료 100만원에 고정 분담금 매달 50만원, 접수 1건당 1만원을 수수료로 낸다. 여기서 1만원의 건당 수수료를 내는 기준은 '개통 건수'가 아니라 '접수 건수'다. 업계 관계자는 "접수가 100건 들어오면 절반 가량인 50건 정도는 개통을 취소한다"며 "개통을 하지 않은 건에 대해서도 1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은 기본적으로 상품 자체의 수익성으로 먹고 사는 모델이 아니라 이통사의 판매 장려금으로 유지되는 구조"라며 "당연히 판매장려금을 많이 받는 이통사 자회사에선 저렴한 요금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원가 이하로 팔아 중소사업자들은 경쟁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과연 진짜 알뜰폰 활성화라고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통3사 경쟁 확장판 vs 자연스런 현상"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너무 과열돼서 요금 가격은 계속 낮추고 있고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이를 이통사 리베이트로 채워야만 연명할 수 있는 환경인 건 거시적으로 봤을 때 자승자박인 셈"이라며 "정부가 활성화 정책은 물론,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정책도 내세워 중소 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이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선 이 같은 분위기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란 시각도 있다. 알뜰폰 시장이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자금력과 사업 운영력을 갖춘 대기업 위주로 자연스럽게 재편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오히려 KB국민은행 같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판을 흔들어놓는 '메기' 역할을 해줘야만 경쟁이 더욱 활성화돼 국민의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불공정 행위는 철저히 견제하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 협력은 적극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