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쁘신 세종대왕"…'한글날'에 주목해야 할 우리말들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0.10.0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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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네가 자박자박 걸어오면 내 마음은 잉큼잉큼", "미쁘시다. 백성 위해 한글 만든 세종대왕"

오늘(9일)은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는 한국의 574번째 '한글날'이다. 한글은 세계 문자 중 유일하게 만든 이와 반포한 날, 글자를 창제한 원리까지 분명해 아름답고 신비로운 문자라고 불린다.

그러나 전 세계인들과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모든 분야에서 세계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말보다 외래어와 신조어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한글날을 맞이해 평소 사용하던 말보단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우리말들을 정리해봤다.



국립국어원, 코로나19 관련 단어들 우리말로 다듬어
국립국어원에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낯선 외래어와 외국어,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고 있다. 특히 코로나 관련 단어들이 눈에 띈다.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일상'으로, 코로나 블루(blue)는 '코로나 우울'로, N차 감염은 '연쇄 감염 혹은 연속 감염'으로, 트윈 데믹(twindemic)은 '감염병 동시 유행'으로 바꿔 쓸 수 있다.



한자어인 지표환자(指標患者)도 '첫 확진자'로 다듬어졌다. 또 온택트(ontact)는 '영상 대면'으로, 페이스 실드(face shield)는 '얼굴 가림막'으로, 풀링(pooling)검사는 '선별 검사'로 바꿔 부르면 좋다.

이 외에도 국립국어원은 사랑스러운 뜻을 가진 우리말들도 소개했다.

'사랑옵다'는 생김새나 행동이 사랑을 느낄 정도로 귀엽다, '미쁘다'는 믿음직하고 진실되다, '잉큼잉큼'은 가슴이 가볍게 자꾸 빨리 뛰는 모양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이 외에도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짓궃은 행동을 뜻하는 '시망스럽다', 마음에 차지 않고 시들하게 생각한다는 '시뻐하다',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엉큼한 상태인 '의뭉하다', 배가 허전해 계속 먹고 싶다는 '구쁘다', 말이나 행동이 무척 거만하고 앙큼하다는 '아기똥하다', 정신이 흐릿하고 몽롱하다는 '아슴아슴' 등 참신한 표현들이 다양하다.

"오이하니까 그만해", "난 더위를 많이타서 대추해"
흔히 먹는 과일이나 채소가 포함된 우리말들도 눈길을 끈다. 이 단어들은 겉으로는 과일이나 채소와 관련돼 보이지만 뜻을 들여다보면 색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몽(自懜)하다'라는 말은 졸릴 때 정신이 흐릿해 꿈꾸는 듯한 상태를 나타낸다. '저절로, 자연히'를 뜻하는 자(自)와 꿈을 일컫는 몽(夢)으로 이루어진 게 '자몽하다'의 어근이다.

'포도(捕盜)하다'는 도둑을 잡다 또는 죄를 짓고 도망친다, '수박(囚縛)하다'는 붙잡아둔다는 뜻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수박하라"라고 쓸 수 있다. '망고하다'는 연을 날릴 때 얼레의 줄을 남김없이 전부 풀어주다 혹은 살림을 전부 떨게 되다는 뜻으로, 어떤 것이 마지막이 돼 끝판에 이른다는 의미이다. 퇴근을 앞두고 업무를 마무리할 때 "지금 하는 일 망고야"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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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대추가 들어간 '대추(待秋)하다'는 가을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여름철 땀을 닦으며 "나는 대추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채소 이름이 들어가 익숙한 단어들도 있다. '호박(浩博)하다'는 크고 넓다는 의미로 탁 트인 산이나 바다를 봤을 때 "마음이 뻥 뚫릴 정도로 호박하다"라고 사용할 수 있다. '오이(忤耳)하다'는 충고하는 말이 귀에 거슬린다는 뜻으로 누군가가 지나치게 잔소리를 할 때 쓰면 좋다.

또 사실에 맞는가 맞지 않는다를 비교해 생각한다는 '고추(考推)하다', 사람이 되바라지고 약삭빨라 얄밉다는 '매실매실하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데 정해진 날을 지났다는 '과일(過日)하다' 등이 있다.

이 단어들은 순우리말이 아닌 한자어에 속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한자로 표기했을 단어들이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이므로 우리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 외국어인 줄 알았으나 우리말인 단어도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뽀통령'이라고 불리는 캐릭터 이름인 '뽀로로'도 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묘사한 순우리말이다.

'개치네쒜', '어뜨무러차' 같은 생소한 말도 우리말이다. '개치네쒜'는 재채기를 한 뒤 내는 소리로, 이 소리를 내면 감기가 들어오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외국에서 재채기나 기침을 한 뒤 질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신의 가호를 비는 'Bless You'와 비슷한 의미다. '어뜨무러차'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내는 소리다. 이번 한글날에는 재밌는 우리말을 주변에 전파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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