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알고리즘 사회의 위기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20.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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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사진제공=게티이미지.


#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 절차. ‘알고리즘’(algorithm)의 사전적 정의다. 중세 페르시아 수학자 아부 압둘라 무하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현대 사회에선 컴퓨터가 자동으로 특정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절차와 규칙, 명령어를 통칭한다.

가령 사용자가 검색창에 특정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수천~수천억 개 웹페이지에서 검색된 자료를 이용자 목적에 따라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검색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반경 몇 ㎞의 어떤 택시를 연결할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매칭한다.



알고리즘이 일상을 지배하는 사회다. AI(인공지능) 기술과 만나 우리 일상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유튜브·넷플릭스 영상을 보거나 네이버·카카오 뉴스를 읽을 때 제각각 다른 화면과 콘텐츠가 나온다. 이용자마다 어떤 콘텐츠를 즐겨보고 관심사가 뭔지 분석해 알맞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덕분이다. 1주일 후 목적지까지 걸리는 예상 소요시간을 알려주는 T맵 기능도 수 년 동안 쌓인 교통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구간의 평균 트래픽을 산출하는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다.

# 알고리즘 사회가 위기를 맞았다. 곳곳에서 공정성 시비가 붙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네이버쇼핑·네이버TV 등 자사 서비스에 유리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네이버에 267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샵N·스토어팜·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 오픈마켓 상품이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고의로 바꿨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네이버는 반박했다. 공정위가 해당 기간(2010~2017년) 품질개선을 위한 50여차례 이뤄진 알고리즘 개편과정 중 특정 5개 작업만 임의로 골라 불공정행위로 몰아간다며 억울해한다. 네이버가 행정소송을 예고한 만큼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결과에 따라 서비스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들어와” 메신저 사건으로 포털뉴스의 AI 편집 알고리즘도 국회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카카오는 카카오T 택시호출 서비스가 자사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곤혹을 치렀다. 배달앱도 공정성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플랫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사업자들이 방패막이로 내세운 ‘AI 알고리즘’마저 의심받고 있다.

# 알고리즘은 사실 ‘절대반지’가 아니다. 알고리즘은 가치중립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편견일 수 있다. 작동 과정엔 개입하지 않을지라도 그 알고리즘을 만든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개발자 혹은 서비스 기업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또 오류가 발생하거나 서비스 환경이 바뀌면 수시로 업그레이드해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붙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플랫폼 당사자 입장에선 ‘업데이트’지만 불만이 있는 쪽에서 보면 ‘조작’이다. 이 같은 딜레마를 풀기 위해서라도 사회적으로 영향이 큰 알고리즘의 경우 영업기밀 침해, 어뷰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준과 원칙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학습한 데이터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AI 알고리즘은 다를까. 수 년에서 수십 년 된 AI 학습용 데이터 중 편견과 편향에 찌든 데이터는 부지기수다. 트위터가 동시에 올린 흑인과 백인 중 주로 백인사진을 섬네일(이미지 축소판)로 채택해 인종편향 시비에 휘말리고 구글 포토AI가 흑인여성을 고릴라로 분류하는 사고도 데이터 학습과정의 오류다. 인종·성차별 가치관도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과거 데이터로 학습한 AI 모두 ‘꼰대 AI’로 치부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AI가 이용자들을 필터버블(개인 성향에 맞게 필터링된 정보로 이용자 스스로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에 빠지게 하고 확증편향(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성향)으로 가득 찬 대중심리가 알고리즘을 불신하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알고리즘의 위기보다 심각한 것은 코로나19(COVID-19) 이후 점점 더 편견과 편향이 만연하는 우리 사회의 위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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