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수소발전, 세계로 향한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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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엑스포]한화-두산-정부 합작한 세계 첫 부생수소 발전

한국형 수소발전, 세계로 향한다


"올해는 한국형 수소발전이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수소 경제'(수소가 주 연료가 되는 경제) 관련, 에너지업계에서 나오는 공통된 반응이다.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1998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수소 모빌리티(이동수단)'가 그동안 한국 수소경제를 이끌어왔다면 이제 한화와 두산, 정부가 힘을 모아 내놓은 수소 발전도 이를 지탱할 한 축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한국형 수소발전은 세계 첫 '부생 수소'(석유화학·철강 공정을 통해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 발전이라는 점에서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다.

한국형 수소발전, 대산에 첫발
충남 서산에 들어선 세계 첫 부생 수소 발전소 대산그린에너지는 지난 7월 28일 준공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배출이 '제로'다.



아울러 거대한 공기청정기 역할도 한다. 대산그린에너지에 설치된 연료전지는 발전에 필요한 공기를 끌어모으는 단계에서 발전소 내부에 설치된 필터를 통해 공기를 걸러낸다. 이 필터는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1 미터) 이하 크기의 초미세먼지까지 잡아낸다. 대산그린에너지는 성인 35만명의 호흡량에 맞먹는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특히 이 발전소는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이 공장의 '아로마틱'(벤젠, 톨루엔, 자일렌처럼 6각 고리형 분자구조를 가진 탄화수소 화합물) 공정에서 시간당 3톤씩 공급되는 부생 수소가 지하 배관을 타고 대산그린에너지의 수소 연료전지로 공급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버려지거나, 태워버렸던 부생수소를 '무(無) 연소, 무(無) 대기오염'의 수소 발전에 활용하는 것이다.

화력발전소를 압도하는 가동 안전성도 눈에 띈다. 1년 365일 멈추지 않고 발전소를 돌릴 수 있다. 석탄과 LNG 발전소는 '심장' 격인 터빈이 멈추면 발전소가 멈춰서고, 재가동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대산그린에너지에 설치된 114개 수소 연료전지는 이 가운데 10~20개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전지들이 무리 없이 발전을 계속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대산그린에너지는 연간 40만MWh 전력을 생산한다. 인근 1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게다가 전기 생산지와 수요지가 가까워 별도 송전망 투자가 필요 없고, 환경 부담도 최소화하는 등 분산형 전원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한국형 수소발전, 에너지 패러다임 바꾸나
이 발전소는 특히 정부와 한화 (26,650원 ▼50 -0.19%), 두산 (132,900원 ▼500 -0.37%)이 힘을 모아 건립했다. 한화에너지는 발전소 연료전지의 운전과 정비를 맡고, 두산퓨얼셀 (18,330원 ▼570 -3.02%)은 연료전지를 공급했다. 한국동서발전은 이곳의 생산 전력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 발전소는 한화에너지(49%), 한국동서발전(35%), ㈜두산(10%)의 지분구조로 운영한다. 한국의 기술력과 자원으로 새로운 발전 영역을 개척한 셈이다.

한화에너지는 부생수소 발전 가능성을 일찌감치 주목했다. 한화토탈이 아로마틱 설비를 증설한 2016년을 기점으로 부생수소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이를 연료로 한 발전소 사업을 추진했다.

두산퓨얼셀의 역할도 크다. 2014년 미국 연료전지 업체를 인수한 두산은 연료전지 기술을 다양한 국내 업체에 전수했고,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국산화율을 98%로 끌어올렸다. 이제 두산퓨얼셀은 강소기업 데스틴파워와 개발한 연료전지용 ESM(전기제어시스템)을 '원조'격인 미국에 역수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산그린에너지가 연간 생산하는 40만MWh 전력은 두산퓨얼셀이 구축한 국산화의 힘이기도 한 셈이다.
한국형 수소발전, 세계로 향한다
대산그린에너지는 앞으로 글로벌 수소발전 패러다임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첫 발을 내디딘 부생수소 발전 모델은 중국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이들 에너지 강국들은 아직 1MW 이하 소형 부생수소 발전소를 검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의 시장 개척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특히 중국이 한국형 부생수소 발전 모델의 수출 1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2010년 내몽고의 석탄분해설비(CTO:Coal to Olefin)를 대규모로 증설했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부생수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내몽고 지역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한 수소는 모두 버린다"며 "앞으로 이곳이 부생수소 발전소 사업 1호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부생수소 발전의 글로벌 진출에 앞서 이제 막 뿌리내린 국내 사업 기반을 탄탄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산그린에너지가 들어선 대산산업단지 외에도 울산이나 여수 등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에 수소 발전소 구축을 모색하자는 것.

울산과 여수 등에는 GS칼텍스와 LG화학, 에쓰오일 등이 조단위 투자를 통해 설비 증설을 추진하고 있어 부생수소 발생도 기대된다. 여수에서는 빠르면 2년 안에 상당량의 부생수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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