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이동재 편지에 공포감"…'제보자X'는 "한동훈부터"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0.10.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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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7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기자는 구치소에 있던 신라젠 대주주 출신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를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제보하라'고 요구하며 협박성 취재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언급, 사건 관련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한 의혹도 받고 있다./사진= 뉴스1'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7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기자는 구치소에 있던 신라젠 대주주 출신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낸 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를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제보하라'고 요구하며 협박성 취재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언급, 사건 관련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말한 의혹도 받고 있다./사진= 뉴스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검찰과 유착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협박하려 한 의혹으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재판에서 이 전 대표가 "공포를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날 출석이 예정됐던 일명 '제보자X' 지모씨는 SNS를 통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재판부는 사건 관계자인 이 전 대표와 지씨가 다른 날 증언할 경우 증언이 오염될 수 있다는 변호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같은 날 증인신문 일정을 잡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기자와 후배 백모 채널A 기자의 공판에 이 전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로부터 '유 이사장의 비리를 캐낼 취재거리를 내놓지 않으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서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의 첫 편지는 황당하다고 생각해 무시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공포심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가 수감 중인 구치소에 편지를 부쳐 접촉을 시도했다. 이 전 기자가 두 번째로 보냈다는 편지에는 검찰이 신라젠 수사를 재개했다는 내용, 이 전 대표 자산 등 자금 추적에 착수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인 신라젠은 이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을 묶는 키워드다. 이 전 대표는 한때 신라젠 대주주였고, 유 이사장은 이 전 대표의 요청으로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표는 "검찰이 목적을 가지고 수사하면 개인이 피해갈 방법이 없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아무리 무죄여도 소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안다"며 "또 다시 그런 구렁텅이에 빠진단 생각이 들었다"고 편지를 받았을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전에 딸도 기소할 것이란 협박을 받았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고초가 2015년보다 클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세 번째 편지부터는 편지 내용이 곧 검찰의 수사방향과 의지라고 생각해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허언이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와 각본이 준비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편지를 보낸 게 채널A 현직 기자가 맞고 검찰과 관련이 있다고 하니 허언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법률대리인이었던 이지형 변호사로부터 검찰 고위 간부가 이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그 간부가 한동훈 검사장인 것을 알았을 때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박찬호 검사장이 제 1차 사건을 담당해서 기억을 안 할 수 없었다"며 "박 검사장이 승진 때마다 한 검사장이 같이 있었기에 (박 검사장과 같이 있었던) 한 검사장이 나와 거의 패닉 상태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 측은 이 전 대표가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가 제보자X를 자처한 지씨, MBC와 짜고 함정 취재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씨는 MBC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장소에 이 전 기자를 불러내 그 언행을 녹화했고 이를 토대로 '검언유착' 기사를 내보냈다.

한편 이날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지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법원에서 지씨 쪽으로 세 번이나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폐문부재는 법원이 알고 있는 주소지의 집 문이 잠겨있고 안에 사람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상태를 뜻한다.

이날 지씨는 SNS를 통해 한 검사장이 먼저 증언하지 않으면 법정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검사장이 자신의 법정증언을 이용해 사건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재판에서 한 검사장은 증인목록에 오르지 않은 상태다. 결국 지씨는 한 검사장이 먼저라는 주장을 앞세워 끝까지 재판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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