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피해' 이철 "이동재 편지에 공포감…한동훈 이름에 패닉"(종합)

뉴스1 제공 2020.10.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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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증인 출석…"처음에 황당하다 점점 공포감 느껴"
"한동훈 연관돼있다는 소리에 아득해져…패닉상태"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김규빈 기자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채널A 기자 이동재씨/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김규빈 기자 =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이 전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또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연관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패닉상태였다"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6일 이동재 전 기자와 백모 기자의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오전에 이 전 대표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대표는 이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인물로, 검찰은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 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가 처음으로 보낸 편지를 받고 사실과 달라 황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받은 편지들을 보고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두 번째 편지에는 서울남부지검이 신라젠 수사를 재개했고, 검찰이 이 전 대표 자산과 부동산 자금 추적에 착수한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편지를 받고) 심각해졌다"며 "왜냐면 언론 보도를 통해 남부지검 신라젠 수사에 검사를 파견했다는 언론 보도 등을 보고 점점 이상하게 진행된다고 마음속에 생각하던 찰나였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목적을 갖고, 기획을 갖고 수사를 하면 증인들이 피해갈 방법이 없음을 경험해봤다"며 "아무리 무죄여도 소명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걸 안다. 또다시 그런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생각에 (심각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타깃으로 한 수사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어 지난 2월 24일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세 번째로 보낸 편지를 제시했다.

편지에는 이 전 대표의 비서였던 임모씨가 이 전 대표 관련 의혹을 누설하고 곧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내용과, 이 전 대표가 편취한 금원이 흘러간 블루사이드와 로커스체인까지도 수사가 확장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편지를 받고 이 전 대표는 "공포감이 더 강화됐다.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내용 전체 맥락과 내용이 검찰의 수사방향과 의지라고 생각돼 전체적으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임씨 이름도 있고 블루사이드 등 이름을 봐서는 검찰 쪽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고 관련 정보를 이 전 기자가 확인해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생각했냐"는 검찰 질문에 이 전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네 번째 편지를 받고 "이 편지가 가장 공포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어떻게 이용당할지 등을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어 공포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편지에는 '사모님을 비롯해 가족 등이 다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저희는 많은 검찰 취재원을 보유하고 있다. 고위층 간부와도 직접 접촉할 수 있다. 남부지검에 확인 결과 코로나 사태로 신라젠 사건 압수수색이 일부 지연되고 있다. 14년 6개월 후면 유시민 전 장관은 거의 팔순이다. 책임을 혼자 떠안지 마세요'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돼 있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했다.

또 이 전 기자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제보자X' 지모씨가 만났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편지 내용이) 진짜구나, 현실이구나 생각했다"며 "현직 기자가 맞고 검찰과 관련이 있다 보니 구체적으로 확인이 됐다고 생각했다.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 전 기자와 연결된 검찰 고위간부가 한동훈 검사장이라는 이야기를 변호인인 이모 변호사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말을 듣고 더 겁을 먹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고위간부면 남부지검장이 한계였는데, "한동훈 검사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득했다. 거의 패닉 상태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자신을 수사했던 박찬호 검사장을 기억하는데, 박 검사장이 승진을 할 때마다 한동훈 검사장이 박 검사장 옆에 있어 한 검사장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랑 연관됐다고 생각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가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냐"고 물었다. 이 전 대표는 "저의 진술을 받아 그 진술을 갖고 유력 정치인 소탕에 세울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표와 같이 증인으로 설 예정이었던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제보자X' 지모씨의 증인신문은 지씨의 증인소환장이 송달되지 않고 지씨가 연락이 닿지 않아 이날 이뤄지지 않은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지씨가 안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오늘은) 이 전 대표만 진행해도 되겠냐"고 검찰과 변호인의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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