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동자 원하는 시간 일할 권리 인정…국내 첫 플랫폼 노동 권익보호 협약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10.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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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식’에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오른쪽 세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최종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현지 서울대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이병훈 중앙대 교수,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박해웅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부사장, 박은정 인제대 교수)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6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식’에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오른쪽 세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최종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현지 서울대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문지영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이병훈 중앙대 교수,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박해웅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부사장, 박은정 인제대 교수)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배달업 등에 종사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권익 보호를 명문화하는 사회적 협약이 국내 최초로 체결됐다.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전국 약 7만5000명의 '라이더'들이 이번 협약을 적용 받을 전망이다.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플랫폼 기업들과 노동조합,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에서 협약식을 열고 최종 협약에 서명했다. 국내 최초로 플랫폼 생태계 당사자들인 기업과 노동자들이 주도해 구체적인 합의점을 도출하고 자율적으로 협약 내용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우아한형제들은 평가했다.

협약에는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정의 △계약 체결 시 준수 사항 △안전을 위한 상호 간의 노력 △정보보호와 소통 등의 조항으로 구성됐다. 특히 배달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권익 보호 내용 등이 담겼다.



협약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배달 서비스업 영역에서 다수의 공급자와 소비자, 배달 노동 종사자를 연결해 배달 서비스 관련 효율적인 거래 행위를 촉진하는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기업을 말한다.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플랫폼을 매개로 한 업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체결해 다양한 운송수단을 통해 배달 서비스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협약은 기업과 종사자 간 계약은 상호 권리와 의무가 이해되도록 명료하게 작성해야 한다고도 규정했다. 또 플랫폼을 매개로 계약을 체결한 종사자가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수행할 권리를 갖도록 했다. 기업은 종사자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날짜나 시간을 지정하지 않고 종사자가 원하지 않는 업무 수행을 강요하지 않는다고도 명시했다.

협약에는 종사자 안전을 위해 산재 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내용도 담겼다. 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보호 창구를 제공하고 빠른 배달을 압박하지 않도록 한다는 약속과 악천후나 감염병 위기 발효시 안전 대책을 기업이 강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종사자는 법정 안전 의무교육을 반드시 참여하고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교육에도 성실히 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협약은 지난 4월1일 플랫폼 기업과 노동계, 학계 전문가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 출범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의 첫 결과물이다. 1기 포럼은 음식 배달 산업을 중심으로 플랫폼 노동 이슈를 논의해 왔다.

포럼에는 우아한형제들과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배달 대행 스타트업 스파이더크래프트, 이들을 회원사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이 기업 측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라이더유니온이 동참했다. 학계에서는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 교수가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 교수와 노동법 전문가 박은정 인제대 교수 등도 공익 전문가로서 합류했다.

협약 참여 주체들은 합의문의 취지와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포럼 1기를 상설협의기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협약 합의문에 따라 플랫폼 노동을 포괄하는 사회안전망과 고용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고 배달서비스업에 관한 법률 제정 등 배달 플랫폼 산업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도 합의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협약이 플랫폼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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