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가치는 얼마? 청약 첫날 8.6조원 끌어모은 빅히트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소연 기자, 황국상 기자, 강민수 기자 2020.10.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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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그룹 BTS가 지난 9월 10일 비대면 녹화 방송으로 진행된 제47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가수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송협회그룹 BTS가 지난 9월 10일 비대면 녹화 방송으로 진행된 제47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가수상을 수상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방송협회


화제의 공모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공모주 청약 첫 날 9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았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로, 최근 공모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첫 날 경쟁률은 89.6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은 8조6242억원이 모였다.



빅히트는 이날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 142만6000주에 대한 청약을 실시한다.

공모주 청약 첫 날 경쟁률 기준 SK바이오팜 (87,500원 ▼1,100 -1.24%)(61.93대 1)보다 높고, 카카오게임즈 (21,700원 0.00%)(427.45대 1)보다 낮다.



최근 주식 시장 유동성과 카카오게임즈 사례를 통해 부각된 공모주 흥행 열풍, BTS의 세계적 인기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공모주 청약에 대한 눈치보기가 펼쳐진 결과다.

공모주 청약의 경우 둘째 날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진짜 승부는 오는 6일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청약 첫날 경쟁률 대 89대 1…SK바이오팜보다 높고 카카오게임즈보다 낮다
오는 6일까지 청약 일정이 남은 만큼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 기록(카카오게임즈의 약 58조6000억원)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빅히트가 카카오게임즈보다 청약 첫 날 경쟁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학습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카카오게임즈 청약 경쟁률이 치솟다보니 증거금으로 1억원을 내도 약 5주를 받은 공모주 투자자 사이에서 "생각보다 수익금이 얼마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빅히트 청약을 고민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A씨는 "경쟁률이 1000대 1 정도 나오면 1억 넣어도 1주 받는다고 들었다"며 "1억원이 며칠 묶이게 되는데, 그냥 다른 주식에 투자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빅히트 공모주 1주(13만5000원)를 받은 고객의 경우 '따상'(상장 첫 날 공모가의 2배 가격에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성공했을 때 수익금은 21만6000원이다.

빅히트 IPO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이노정 여의도영업부 지점장은 "빅히트 청약 첫 날 열기는 SK바이오팜보다 높고 카카오게임즈보다 낮은 느낌"이라며 "최종 경쟁률도 비슷한 흐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빅히트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했으니 밸류에이션은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공모주는 손해 안 본다는 생각으로 청약으로 돌아선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BTS 가치는 얼마? 청약 첫날 8.6조원 끌어모은 빅히트
"고액 자산가는 둘째날 청약"
오는 6일 둘째 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공모주 투자는 청약 마지막 날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수억원 규모의 자산을 증거금으로 내는 고액 투자자의 경우 하루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해 청약 첫 날은 지켜보는 편이다.

꼭 고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개인투자자라면 첫 날 분위기를 살펴본 뒤 둘째 날 청약을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역시 그랬다.

SK바이오팜의 최종 청약 경쟁률은 323.03대 1로, 첫 날보다 약 5.2배 높다.

카카오게임즈도 최종 청약 경쟁률이 1524.85대 1로, 첫 날보다 약 3.5배 높다.

여기에는 초고액 자산가의 '청약 전략'도 영향을 미친다.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는 "초고액 자산가 중 자금을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 계좌로 옮겨 놓기만 하고 청약은 이튿날 하려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CMA 이자를 하루치라도 더 챙기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우대 기준에 따라 더 높은 최고 청약한도를 제공하는데, 이 한도를 채울 만큼 자금이 많은 자산가 가운데 CMA 이자를 하루치라도 더 벌기 위해 둘째 날 청약을 노린다는 설명이다.

공동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우대기준에 따라 최대 2.5배 많게 청약할 수 있어 최대 6만4000주까지 청약이 가능하다. 공모주 신청금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넣는다 해도 43억2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빅히트의 최종 청약 경쟁률이 첫 날보다 4배 높다고 가정할 경우 산술적으로 약 358대 1이다. 1억원을 증거금으로 낸 투자자라면 약 4주를 받을 수 있는 경쟁률이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매력은 인정
최근 공모 시장 분위기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보면 빅히트 공모주의 매력은 인정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가치만 5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IPO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경쟁률로 볼 수 있다.

빅히트 상장 대표 주관사 중 하나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청약 증거금 규모로 봐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청약을 거치면서 경험을 쌓은 개인투자자들이 지점 방문보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청약을 넣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빅히트 밸류에이션에 의문을 품던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최근 들어선 "수익이 얼마일지가 문제"라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증권가 평가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빅히트 목표주가로 38만원을 제시했다. 공모가 대비 181%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따상'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공모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은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첫 날 '따상'을 포함해 각각 3거래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사례도 염두에 둘 만하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및 주요 내빈들이 지난 7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시초가 확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및 주요 내빈들이 지난 7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시초가 확인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상장 뒤 오버슈팅 때 추격 매수는 조심해야
반면 최근 신규 상장한 종목들의 거래 첫 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등 IPO 시장 분위기가 카카오게임즈 때보다 다소 침체된 점은 변수다.

특히 공모주가 아닌 일반 주식 투자자의 경우 빅히트 상장 이후 추격 매수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모두 상장 직후 단기간 주가가 폭등했지만, 상한가에 실패하는 날부터 주가가 하락 곡선을 그렸다. 일부 공모주에서 나타나는 상장 직후 오버슈팅 현상이 고스란히 연출됐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모두 주가가 단기간 폭등하는 과정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차익실현에 성공했고, 개인투자자가 고점에 물렸다.

여전히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직후 찍은 단기 고점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빅히트 역시 상장 초반 주가가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섣부른 추격 매수는 조심해야 한다.

또 상장 이후 15일, 1개월, 3개월 등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이 풀리는 시점도 주의해야 한다. SK바이오팜이 상장 뒤 3개월이 지난 이날(5일) 주가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했는데, 기관투자자의 매물 출회 영향으로 파악된다.

빅히트의 경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중 43.85%가 의무보유를 확약했는데, 이중 약 60% 물량이 1개월 이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처음 희망공모가밴드를 제시했을 때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견이 많았는데, 수요예측을 거치면서 공모주 매력은 충분히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모 시장의 막대한 유동성을 고려하면 빅히트 청약 역시 흥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사례에서 봤듯 개인투자자의 경우 상장 직후 오버슈팅 구간에서 고점에 물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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