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지주사 전환했나?…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차별 우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10.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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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공정거래법 개정안]지주회사 내부 거래는 규제에서 빼야

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공동취재사진)/사진제공=뉴시스손경식 한국경총회장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비대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공동취재사진)/사진제공=뉴시스


정부가 기업의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을 장려했던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이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된 역차별적 조항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 거래규제대상 확대(사익편취규제) △신규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지난 7월 입법 예고하고, 8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해 21대 국회에서 전면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 개정안이 가뜩이나 코로나19(COVID-19)로 힘든 기업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손경식 회장 지난달 양당 대표 이어 5일엔 정무위원장 찾아 규제입법 우려 전달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3일 국회를 찾아 양당 대표를 만난데 이어 5일에는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을 찾아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했다.

손 회장은 윤 위원장에게 "최근 기업 규제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는데 특히 국회 정무위에 계류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매우 큰 상황이다"고 밝혔다.



재계는 특히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와 신규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은 지주회사들에게 역차별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내부거래 규제대상의 경우 현행법에서는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일정 지분(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와의 거래로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를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규제하고, 그 회사가 50% 초과 보유한 회사도 규제 대상에 넣었다.

공정거래법개정안 주요 내용/자료출처=대한상공회의소공정거래법개정안 주요 내용/자료출처=대한상공회의소

재계의 우려에 대해 공정위는 우려할 것이 아니라며 정상 거래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 대상으로 △정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 중인 회사를 통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등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상당히'라는 모호한 규제 판단기준 등 명확히 해야
공정위는 또 △특수관계인과 현금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사업능력, 재무상태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없이 상당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이 대상이어서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걱정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분율 하향조정(총수지분 상장사 30%→20%)과 간접소유회사(50% 초과 손자회사)까지 포함이 되면서 규제대상 기업이 2019년 186개에서 519개로 180% 가량 늘어나 기업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는 '정상거래'나 '상당히'와 같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판단기준으로 인해 우선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되면 뒤늦게 무혐의로 드러나더라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준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가격이라는 것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정상가격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상당히'라는 부사도 모호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전적으로 '상당히'라는 부사는 '어지간히 많이' 또는 '적지 아니하게'라는 의미여서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단어다.

실제로 과거 공정위가 정상가격 산정에 실패해 장기간 조사 후 무혐의 결론을 짓거나 과징금을 부과한 후 법원에서 패소한 사례가 있다는 게 대한상의 설명이다.

또 사익 편취 규제의 경우 현행법에도 '이사의 사업기회유용금지'(상법 397조의 2)와 '부당지원금지'(공정거래법 23조) 등이 있어 과잉입법이라는 게 재계와 법조계 의견이다.

특히 개정안의 지분율 50% 초과 간접소유회사를 일률 규제할 경우 투명성 강화에 앞장 선 지주회사에는 직격탄이라는 게 대한상의 등 재계의 입장이다.

지주회사 내 거래는 규제서 빼야..지주회사 외부거래 규제강화는 수용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9년 기준 지주회사의 자회사 평균지분율은 상장사 40.1%, 비상장 85.5%로 전체 평균 72.7% 수준이다.

자료출처: 대한상공회의소.자료출처: 대한상공회의소.
개정안에서는 지주회사에 대해 상장사 지분율을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와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이 동시에 이뤄지면 내부거래 규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형태가 된다.

'50% 이상이냐 초과냐'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모든 지주회사의 비상장 자회사는 내부거래 규제를 받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지주회사에 속한 계열사간 거래는 내부거래 규제의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입장이다.

대한상의 측은 "지주회사 소속 기업이 지주회사 산하가 아닌 계열사와 거래한 경우에는 규제강화를 수용할 수 있지만, 지주회사 체제의 투명성 등을 존중해 지주회사는 신설 규제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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