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조선사도 '하도급 갑질'…신한·한진중공업에 과징금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10.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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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이 건조한 독도함/사진=공정거래위원회한진중공업이 건조한 독도함/사진=공정거래위원회


신한중공업, 한진중공업이 하도급업체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사업 추가·수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대금을 부당하게 깎다가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대형 업체뿐 아니라 중형 조선사들도 갑질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신한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하고, 한진중공업에는 과징금 1800만원을 부과했다고 5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신한중공업은 2016~2018년 7개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총 계약금액의 3% 이내 수정·추가 작업은 본계약에 포함된다’는 부당 특약을 설정했다. 2014~2019년에는 76개 하도급업체에 9931건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늦게 제공했다.

신한중공업은 2016~2017년 6개 하도급업체에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임률단가(시간당 임금 단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년보다 일률적으로 7% 낮췄다. 이에 따라 하도급대금은 종전 기준(72억원)보다 5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중형 조선사 한진중공업도 신한중공업과 비슷한 갑질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2017~2018년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한진중공업 귀책 사유에 따른 재작업·도면개정이 당초 계약물량의 5% 이내라면 본계약에 포함된다’고 부당 특약을 설정했다. 2014~2020년에는 23개 하도급업체에 선박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공사를 시작한 이후에야 서면계약서를 발급했다.

한진중공업은 2017년 선박 인테리어 공사를 수행할 업체를 최저가 공개 경쟁 입찰방식으로 선정하면서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깎은 사실도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낙찰받은 업체와 추가 가격 협상을 거쳐 최저가 입찰금액(4억2000만원)보다 대금을 1000만원 낮췄다.

공정위는 신한중공업에 과징금 부과 없이 검찰 고발 조치만 한 이유에 대해 이 회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며, 지난 6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회생채권으로 분류되고, 정부 부처인 공정위가 채무 변제 우선권이 있어 하도급업체가 신한중공업으로부터 배상받을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감안했다.


장혜림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앞서 불공정행위를 적발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조선사 뿐 아니라 중형조선사에 대해서도 제재 조치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 사건 관련 전원회의가 조만간 열린다”며 “불공정 하도급 행위에 대해 엄중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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