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가치가 '5조'?…빅히트 기업가치 근거는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10.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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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일 오전 생중계로 진행된 'Dynamite' 온라인 글로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일 오전 생중계로 진행된 'Dynamite' 온라인 글로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는 음악시장 만큼이나 자본시장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곧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이 회사의 주인(주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전세계 BTS 팬들이 빅히트 주식을 사기 위해 한국 증시에 몰려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전세계적인 팬덤과 BTS의 인기 등을 감안하면 아예 현실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현재 빅히트의 가치가 엔터사 치곤 지나치게 고평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24~25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빅히트 공모주 경쟁률은 1117.25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시가총액으로 치면 4조8000억원 가량이다. 그동안 국내 연예계를 대표했던 엔터 3사(SM·JYP·YG)의 시가총액이 각각 1조원 남짓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기획사인데 5조원이나 책정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증권사들은 연이어 빅히트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면서 적정 시가총액으로 10조원 안팎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BTS가 가지는 무형자산의 가치와 플랫폼 기업으로서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빅히트 기업가치 5조…무슨 근거로?
BTS 가치가 '5조'?…빅히트 기업가치 근거는
빅히트는 상장을 통해 약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 자금을 채무상환과 타 기업 인수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를 받으려면 우선 이 기업의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빅히트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이브이 에비타(EV/EBITDA)라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브이 에비타(EV/EBITDA)에서 EV는 기업가치, 에비타는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의미한다. EV를 에비타로 나눈 값이 이브이 에비타인데 그 회사의 몸값이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의 몇 배 인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1년에 10억원을 버는데,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100억원이라면 이브이 에비타는 10배다. 1년에 10억원씩 10년을 벌면 100억원이 된다. 이브이 에비타가 10배라는 말은 내가 이 회사를 인수한다고 할 때 10년이면 본전을 뽑는다는 의미다.

어떤 회사의 적정 기업가치가 얼마냐를 평가할때는 그 회사와 비슷한 업종에 있는 회사들의 가치와 비교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빅히트의 경우 비교 대상으로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 YG PLUS, NAVER, 카카오 5개 회사가 선정됐다. 3대 기획사 중 한 곳인 에스엠은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적이 있어 비교 대상에서 빠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빅히트의 사업 중 ‘위버스’라고 하는 플랫폼 사업이 있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비교 대상에 올랐다.

비교 대상 5개 기업의 평균 이브이 에비타는 42.36배다. 빅히트의 올해 예상되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이익이 1200억원 가량인데 여기에 42.36배를 곱한 뒤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면 약 5조원이라는 기업가치가 나온다.

상장 첫날 ‘따상’을 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따상은 ‘따블+상한가’라는 의미의 은어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가 되고 여기에 상한가를 친다면 하루에 최대 16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즉 빅히트가 상장 첫날 따상을 하면 시총은 단숨에 5조원에서 13조원까지 오른다. 시총 13조원이면 KT&G, 아모레퍼시픽, 삼성화재 같은 굴지의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이고 한국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BTS가 뭐라고…
'2020 MTV VMA'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2020 MTV VMA'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우리나라에서 연예기획사가 1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은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연예기획사는 그저 영세한 사업구조의 중소기업일 뿐이었다. 수익모델이라고는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료와 약간의 저작권, 공연수익 등이 전부였다. 특히나 파이가 작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연예사업으로 큰 돈을 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던 것이 2010년대 전후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K팝 열풍이 크게 일면서 국내 연예기획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엔터 대장주였던 에스엠이 2011년 시총 1조원을 돌파했고 그 다음해 상장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에 힘입어 시총 1조원 대열에 합류한다.

하지만 수익모델 부재, 각종 사건사고 등으로 연예기획상의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빅히트의 미래에 물음표를 다는 이유다.

가치평가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예기획사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NAVER, 카카오 같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왜 비교 대상으로 넣었냐는 것이다. 실제 빅히트의 가치평가에 활용된 이브이 에비타(EV/EBITDA)가 아닌, 일반적으로 기업평가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PER 방식으로 가치를 따져보면 시총 5조원에 해당하는 PER는 약 70배에 달한다.

PER는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이 몇배냐를 나타내는 것인데 보통 코스피에서 PER 10배가 넘으면 고평가 주식으로 분류된다. 첫날 ‘따상’을 한다면 PER는 180배에 달하는데 이는 코스피 상위 주요 종목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BTS 의존도와 신인 아티스트 육성 능력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빅히트 매출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달한다. 플레디스 인수로 이 비중은 87%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매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장 내년에는 BTS 멤버 중 한명은 군에 입대해야 한다.

그렇다면 회사가 해야 할 일은 신인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빅히트가 최근 기획사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여자친구, 세븐틴, 뉴이스트 등 다양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확보하긴 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체적으로 신인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BTS가 가진 서사의 힘…그냥 ‘아이돌’이 아니다
(서울=뉴스1)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75차 UN(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방탄소년단은 23일 오후(한국시간) 코로나19와 맞닥뜨린 미래 세대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UN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특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삶은 계속된다. 함께 살아내자"고 강조했다.(방탄TV 유튜브 캡처)2020.9.24/뉴스1(서울=뉴스1)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제75차 UN(유엔) 총회에서 전 세계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방탄소년단은 23일 오후(한국시간) 코로나19와 맞닥뜨린 미래 세대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UN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특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삶은 계속된다. 함께 살아내자"고 강조했다.(방탄TV 유튜브 캡처)2020.9.24/뉴스1
반면 빅히트의 기업가치가 5조원을 넘어 10조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이들은 무형자산으로서 BTS의 가치와 플랫폼 기업으로서 빅히트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그동안 연예기획사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주요 자산인 ‘아이돌’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 아이돌을 데뷔시켜도 보통 4~5년이 지나면 인기가 정점을 지나고 시들해진다. 지속적인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BTS의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BTS가 일반적인 아이돌과는 다른 ‘완성형 아이돌’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춤만 추고 노래만 잘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작사, 작곡, 연주까지 해내는 진정한 의미의 ‘뮤지션’이라는 의미다.

BTS만의 정체성을 담은 음악은 빅히트의 기획력과 합쳐져 상당한 시너지를 낸다. 아미(BTS 팬클럽)들이 BTS에 빠지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음악에 ‘서사’가 있다는 것이다.

BTS의 음악은 노래와 노래, 앨범과 앨범을 잇는 전체적인 흐름이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서사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매우 좋다. 빅히트는 BTS의 앨범들에 하나의 스토리를 입혀 이를 ‘방탄 유니버스’로 만든다.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 SNS 등에 스토리의 조각들을 보여주고 이를 팬들이 전체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스토리들을 하나로 엮어 BTS 세계관을 담은 소설과 웹툰도 나온다.

그리고 BTS 각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다양한 상품들도 판매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빅히트의 플랫폼 기업으로서 성장성이다. 앞서 빅히트의 기업가치 산정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들어간 것도 플랫폼 사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엔터사가 아닌 플랫폼 기업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네 번째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가 개봉한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전광판에서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한국 가수 최초 웸블리 스타디움 단독 공연부터 빌보드 월간 박스스코어 1위까지, 뜨거웠던 스타디움 투어의 대장정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무대 뒤 인간적 면모와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0.9.24/뉴스1(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네 번째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가 개봉한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전광판에서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한국 가수 최초 웸블리 스타디움 단독 공연부터 빌보드 월간 박스스코어 1위까지, 뜨거웠던 스타디움 투어의 대장정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무대 뒤 인간적 면모와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0.9.24/뉴스1
빅히트가 운영하는 ‘위버스’라는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BTS 팬들이 모여 소통하는 일종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다. BTS 멤버들이 직접 남긴 글을 볼 수도 있고, BTS 관련 뮤직비디오나 영상,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단순한 팬카페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위버스가 팬덤을 결집하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상품과 콘텐츠를 판매하는 이커머스의 기능도 한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다른 연예기획사들은 팬관리, 상품판매, 콘텐츠 유통을 각각 따로 관리한다. 어느정도 매출을 올릴 순 있지만 수익 극대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빅히트는 위버스 플랫폼을 통해 팬카페, 커머스, 영상 컨텐츠 유통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다. 위버스에서 소통하는 팬들은 위버스에서 BTS의 독점 영상을 보고 자연스럽게 위버스를 통해 관련 상품을 결제한다. 위버스의 일부 콘텐츠와 기능은 아미 멤버십에 유료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다. 다수의 유료 회원은 빅히트에 훌륭한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요즘 떠오르는 ‘구독경제’인 셈이다.

위버스 이용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50만명 남짓이었던 위버스의 MAU(월간 활성 이용자)는 올해 7월 412명으로 급증했다. 빅히트는 위버스를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11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빅히트를 보고 단순한 엔터사가 아니라 혁신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기존 엔터사와 다른 혁신적인 수익모델을 이용해 엔터사의 수익창출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의 활동 가능한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MD(관련 상품), 라이선싱, 콘텐츠 등 아티스트 간접 참여 매출의 강화는 빅히트의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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