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과 가족 상담, 부시와 골프 농담…이재용의 4대 인맥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10.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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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부 기자 photo@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군 1호기에 탑승해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부 기자 photo@


대한민국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재계 인맥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정·재계, 학계를 아우르는 인맥이 국내를 넘어 전세계로 이어진다. 말 그대로 글로벌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다.



삼성전자 (81,800원 ▲1,000 +1.24%)가 지난달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으로부터 8조원 규모의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통신장비 공급을 수주했을 때도 이 부회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최고경영자)의 인연이 회자됐다. 이 부회장은 베스트베리 CEO가 에릭슨 CEO를 지낼 때부터 10년 동안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교 동문과 허심탄회 교류…최태원·정의선 호형호제
이 부회장의 인맥은 크게 학창 시절 동문 그룹, 해외 유학 시절 사귄 유학파 그룹, 재벌 2~4세 그룹, 국내외 정·재계 인사 그룹 등으로 구분된다.



학창 시절 동문 그룹은 경기초-청운중-경복고-서울대 동양사학과 라인이다. 이 부회장은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중·고교 동문 중 2~3명과 속내를 터놓고 만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범삼성가에서는 조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5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경복고 동갑내기 동창이다. 사촌형인 이재현 CJ 회장은 경복고 8년 선배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이승현 디자인기자 / 사진=이승현 디자인기자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이승현 디자인기자 / 사진=이승현 디자인기자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와 하버드 케네디 비즈니스스쿨에서 만난 인맥도 탄탄하다. 조현문 효성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과 친구 사이로 조 전 부사장의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게이오대에서 같이 공부해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다.


재벌 2~4세 그룹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수석부회장 등과 호형호제하는 절친이다. 최태원 회장과의 깊은 관계를 드러낸 짤막한 일화도 있다. 2017년 국정농단 재판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이 2016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최 회장과의 잦은 통화를 한 이유를 캐묻자 이 부회장은 "당시 최 회장이 가족 문제가 있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2015년 말 혼외자를 공개한 뒤 현재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다.

2014년 한화그룹과의 주요 화학 계열사 빅딜 당시에는 재계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의 하버드대 인연이 막후 조정에 한몫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부시 대통령·시진핑 주석과 별도 면담…"민간 외교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5월22일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방한 중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5월22일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 방한 중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민간 외교관'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조지 W 무시 전 미국 대통령의 첫 일정이 이 부회장과의 면담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첫 해외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 1996년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텍사스 주지사가 부시 전 대통령이었다. 이 부회장은 부시 전 대통령이 2015년 10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골프 회동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정치국 상무위원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이사로 활동하면서 시 주석이 2014년 방한했을 때 이 부회장과 따로 만남을 가질 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2월1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 정보기술(IT) 미래사업 분야에서의 한국과 UAE 기업 간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SNS 갈무리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2월1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나 5G, 정보기술(IT) 미래사업 분야에서의 한국과 UAE 기업 간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SNS 갈무리
2018년 7월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휴대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지난해 2월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했을 때 "이 부회장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외 출장 중이었던 이 부회장은 일정을 급하게 바꿔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실권자로 잘 알려진 모하메드 빈 자예드 나흐얀 왕세제와도 지난해 2월에만 두 차례 만났다.

손정의 방한 때마다 회동…구글·테슬라와도 교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9년 7월4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9년 7월4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을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해외 재계 인사와의 인맥도 넓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애플 팀 쿡, 테슬라 일론 머스크, 구글 래리 페이지 등 글로벌 CEO와 각종 콘퍼런스에서 폭넓게 교류한다.

일본 IT업계의 거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인연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손 회장이 지난해 7월 방한했을 때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당시 전무 등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손 회장의 요청으로 이 부회장이 30~50대 젊은 오너 기업인들을 소개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말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기업 ARM 인수를 공동으로 추진할 당시 손 회장과 인연을 맺은 뒤 20년 넘게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하는 사이다.

마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이 2012년 3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마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이 2012년 3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해외 재계 인맥으로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네트워크도 빠트릴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방한한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LJF)' 멤버들을 각별히 챙겼다. LJF는 교세라, 무라타제작소, TDK 등 일본을 대표하는 9개 전자부품 회사 사장 모임으로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본 부품·소재업체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일본 이동통신 2위 업체인 KDDI의 5G(5세대) 통신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을 때 이 부회장이 그동안 공들였던 일본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 재계의 초청으로 '2019 일본 럭비월드컵'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가문 대 가문으로 스웨덴 최대 기업 발렌베리그룹 오너가와의 인연도 오래 유지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마르쿠스 발렌베리 발렌베리그룹 회장이 방한했을 때 만나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2003년 스웨덴 출장 당시 발렌베리가를 찾아 고(故) 페테르 발렌베리 이사장(마르크수 회장의 삼촌) 등과 만나 경영시스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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