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내국인은 불가, 재외외국인은 가능한 '비대면 의료' 왜?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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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비대면 의료산업]의대생 국가고시 응시 기회 부여 논란 속 재계, 비대면 의료 조속 입법화 촉구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 1월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의료진이 바이러스 감염대응을 위한 원격진료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되던 지난 1월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에서 의료진이 바이러스 감염대응을 위한 원격진료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정부의 의대정원과 공공의료 확대 정책에 반발해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시험기회를 줘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의료계와 재계에 따르면 올 3월 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 선언 이후 바른 진료와 의료진의 안전 등을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가 효과를 봄에 따라 이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의 집단반발로 지난 18, 19, 20대 국회에 발의만 되고 자동 폐기됐던 개정안은 21대 국회에는 아직 발의조차 못한 상태다.

비대면 원격진료가 불가능한 의료 관련법 근거들./자료출처=대한상공회의소비대면 원격진료가 불가능한 의료 관련법 근거들./자료출처=대한상공회의소


의료법 등 국내선 내국인 비대면 의료서비스 불가
현행 의료법(17조, 33조)에는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료인만이 처방전, 검안서, 증명서를 교부하도록 하고, 의료인은 의료기관 내에서만 진찰 등 의료업을 하도록 해 전화나 화상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약의 판매도 마찬가지다. 약사법(제50조)에는 약국 개설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해놨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약국 내 장소에서 약사의 대면판매만 가능해 화상 의약품 투약, 인터넷 약국, 약배달 등 외국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비대면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비대면 의료가 허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라 화상통신이나 컴퓨터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그 나라의 의료진을 통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의료해외진출법 제16조(외국인환자 사전ㆍ사후관리)에는 의료업에 종사하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료기관 내 의료업 허용)'에도 불구하고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국외에 있는 의료인에게 '외국인환자 사전·사후관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내국인과 재외국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은 비대면 의료, 약 판매 허용
이상헌 대한상공회의소 서비스산업지원팀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높은 수요와 만성질환 처방의 편리성 등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전화 진료 등의 효과를 확인한 만큼 조속한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6월 28일까지 전국 5009개 의료기관에서 45만 3937건의 전화진료를 한 결과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을 줄이고, 오진 등의 우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이 메디케어(공공보험)를 통한 원격진료를 확대하고, 일본도 초진을 원격진료로 허용하는 등 전세계가 원료진료를 활성화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비대면 의료시장은 305억달러에서 올해 355억달러로 16.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어 내년에는 412억달러로 16.1% 늘어날 전망이다. 또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2018년 조사)는 전세계 온라인 의약품 유통 시장이 2017년 449억달러에서 연평균 18.7%로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의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판매 비교/자료출처=대한상공회의소각국의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판매 비교/자료출처=대한상공회의소
이런 상황에서 국내만 유독 경쟁국에 비해 비대면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의료와 의약품 판매 관련 법 제도를 마련하는 등 비대면 의료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제자리 걸음이다. OECD 36개국가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10개국만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을 뿐 나머지 26개국은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이 팀장은 "ICT 기술 발달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국회는 의료민영화, 의료체계 붕괴, 동네병원 경영난 심화 등의 의료계가 걱정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조속히 의료법, 의료해외진출법, 약사법 등의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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