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미끼로 5억 뜯어낸 40대 유부남 징역 3년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0.10.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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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배우자가 있는데도 피해자와 결혼할 것처럼 행세하며 약 5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5)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1년 4월 자신이 운영하는 의류업체의 브랜드 론칭 파티에서 만난 여성 A씨에게 미혼인 것처럼 행세하며 결혼을 약속한 뒤 총 5억33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11년 7월 A씨에게 "원단을 구매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 1개월 안에 틀림없이 갚겠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 이어 A씨 소유의 다이아 반지나 포르쉐 차량 등을 대부 업체에 맡기며 돈을 빌리고, 아파트 분양권까지 담보로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김씨는 당시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고,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운영하는 의류업체는 수익이 전혀 없이 결손만 발생하는 상황이라 A씨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건 사실이지만 A씨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 아니라 투자금으로 받거나 증여받은 것"이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므로 기망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김씨가 회사 운영에 급하게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주면 곧 갚겠다는 말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힘들게 돈을 마련한 점, 김씨가 개별 용도를 설명하면서 각 금원을 받았던 점, 김씨가 개인적으로 내야 할 벌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부분도 있어 투자와는 전혀 무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차용금'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과거 형사사건에서 유리한 양형자료를 만들기 위해 사실상 허위로 혼인신고를 했을 뿐 실제로는 미혼이나 다름없었다는 김씨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는 법률상 배우자를 회사 대표자로 해두고 장기간 가족관계등록을 유지해오다가 이 사건에서 실체 없는 혼인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A씨로서는 김씨의 혼인사실을 알았다면 투자금이든 차용금이든간에 돈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이번 범행 이전에도 사기 범죄로 3회의 벌금형, 1회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자숙하지 않고 또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을뿐 아니라 범행 후 약 8년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지만 실형 선고와 함께 보석 청구는 기각당했다. 판결에 불복한 김씨는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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