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팔아 니콜라 매수…PB센터의 우울한 추석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0.10.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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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논란에 휩싸인 미국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에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의 손실이 만만치 않다. 니콜라 주가는 올해 6월 장중 고점(93달러99센트) 대비 8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사기혐의로 집단소송을 시작하는 현지 투자자들이 잇따르는 중이라 주가반등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제휴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증시가 연저점을 기록한 이후 현재(3월19일~9월22일)까지 한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 10종목 가운데 니콜라가 유일하게 투자손실이 발생한 기업으로 집계됐다.



니콜라 주식은 현재 19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6월 초 기록한 장중고점(93.99달러)과 비교하면 손실율이 80%에 달한다.

니콜라 트레버 밀턴 / 사진제공=로이터니콜라 트레버 밀턴 / 사진제공=로이터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 1위 기업인 테슬라의 경우 고점에서 주가가 다소 조정을 받았으나 저점 대비해서는 아직도 380%를 넘나드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3월 주당 85달러 선에서 거래됐던 테슬라는 9월초 장중 500달러를 넘어서는 초 강세를 보였고, 현재는 4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테슬라 매수액은 원화로 2조2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테슬라를 이어 매수순위 상위 기업들인 애플과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하스브로, 알파벳A, 인베스코QQQ 트러스트 ETF, SMIC 등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 애플은 80% 안팎이고 엔비디아는 150% 전후를 기록하는 중이다. 이 밖에 대부분 기업들이 50~70%대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한국 투자자 매수 10위인 니콜라의 성적은 처참하다. 지난 6월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상장한 니콜라는 상장 첫날 33달러에서 이틀 뒤 73달러(종가기준)로 수직 상승한 후, 다음 날 93달러를 터치하고 내려왔다.

이후에도 70달러 안팎에서 거래가 활발했는데, 한국 투자자들은 이 시기 니콜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는데 매수규모는 2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절매 대신 물타기(주가가 빠지면 낮은 가격에 더 사들여 매수단가를 낮추는 방법)가 진행되며 보유수량을 더욱 늘린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테슬라 / 사진제공=테슬라테슬라 / 사진제공=테슬라
증권업계 관계자는 "니콜라의 경우 시가총액 규모는 작지만 국내외에서 제2의 테슬라로 불리며 대박 기대감을 키운 기업"이라며 "특히 한국이 주도하는 수소차 기술을 대형트럭으로 확장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많이 선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폭이 컸던 테슬라를 팔아 니콜라를 산 이들도 많았다"며 "강남의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 지점에서 거래하는 거액 자산가 일부가 이 같은 거래로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니콜라의 향후 전망이 갈수록 우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 투자자들 일부가 회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주주집단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로펌들도 작업을 시작하고 나섰다.

집단소송에 동참할 투자자를 모집하는 법률사무소는 한두 곳이 아니다. 니콜라의 사기 혐의가 확인될 경우에는 주식 투자자들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커질 수록 니콜라의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니콜라와 진행중인 전략적 제휴 협상의 마감 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사기의혹이 일파만파 커지자 협상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니콜라가 영국 에너지 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협력사들과 벌여오던 수소 충전소 건설 논의도 중단됐다. 니콜라에 대해 처음 의혹을 제기한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리서치 측은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니콜라에 대해 더 많은 나쁜 뉴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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