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피카소 미술관·바티칸 '랜선투어' 가자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10.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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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분간 전문가이드가 미술작품·문화유산 라이브 해설…30여개 상품 출시중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선보인 랜선투어 상품 속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전경./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선보인 랜선투어 상품 속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전경./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


#"여러분과 제가 프라도미술관을 전세를 냈네요. 여기 보이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1656년작)은 360여년이 지났지만 이 그림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내리는 전문가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림 속 등장인물들이 전부 우리를 보고 있어 관람객도 그림의 일부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지 않나요?" (이진희 가이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발이 묶인 여행객과 가이드를 위한 '랜선투어' 상품이 여행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베테랑 가이드의 소개로 세계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이리얼트립이 지난 6월 출시한 30여개의 '랜선투어' 상품은 서비스 출시 이후 매 주 이용자가 1.5~2배 정도 늘어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는 여행 가이드가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투어',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 등 30여개의 '랜선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해외 여행지에서 베테랑 가이드가 실시간으로 현지 모습을 중계하고 투어에 참여한 고객과 양방향 소통하며 진행하는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6월 처음으로 선보인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투어' 상품은 여행 가이드가 소장하고 있는 현지 영상과 사진으로 여행지를 소개하고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용자들은 랜선투어 상품으로 남프랑스, 이탈리아 남부, 스페인 피카소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영국 박물관, 바티칸, 홍콩이나 교토의 실시간 거리 풍경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새로 선보인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마이리얼트립의 여행 가이드들이 여행지나 명소 등을 찾아 방송을 중계하며 현지 풍경을 보여주거나 메뉴 주문을 하는 등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생동감 넘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선보인 랜선투어 상품. 이진희 가이드가 이용자들에게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선보인 랜선투어 상품. 이진희 가이드가 이용자들에게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투어'는 실제 투어를 이끌었던 베테랑 가이드들이 나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걸린 작품을 도슨트(전시해설)가 돼서 상세하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기자는 9900원을 내고 '이진희 가이드의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랜선투어에 참여했다. 여행일을 선택해 여행 시작 시간 전에 결제를 하면 메일이나 문자로 랜선투어에 참여할 수 있는 유튜브 라이브 링크를 전송받을 수 있다. 일부 여행자들은 스마트폰을 TV와 연결해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 투어를 체험하기도 했다.



미술관에 들어가기까지 지하철역부터 주변 시장, 미술관의 입구 풍경까지 경로를 따라가며 작품 설명을 차례로 듣다보면 실제 여행을 간 듯한 체감이 든다. 혼자 미술관을 둘러봤으면 '수박 겉핥기'로 넘겼을 명작들의 세밀한 정보를 80분짜리 교양강의를 통해 습득할 수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질의응답도 할 수 있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선보인 랜선투어 상품. 이진희 가이드가 이용자들에게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소장작품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선보인 랜선투어 상품. 이진희 가이드가 이용자들에게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소장작품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마이리얼트립
이날 투어에선 20여명이 참여했으며 벨라스케스의 '바쿠스의 승리', '불카누스의 대장간', '시녀들'과 고야의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 같은 작품을 감상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랜선투어' 상품 중 16개 상품은 마이리얼트립이 투자한 패키지 여행 스타트업인 가이드라이브에서 제작한 상품이다. 가이드라이브는 전문 가이드들이 직접 여행 상품 개발에 참여해, 여행업계에 기존 여행 시장에서 볼 수 없던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가이드라이브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샌드박스네트워크 같은 MCN(다중채널네트워크)에 소속돼 활동하듯이 전문 가이드의 경험이나 스토리텔링을 앞세운 콘텐츠 상품을 기획할 예정"이라며 "가이드들이 기존 여행업계의 수직·하청구조에서 벗어나 여행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재 공개된 상품 외에도 더블린·파리·베네치아 등의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 상품을 선보이고 연말까지 현지 베테랑 가이드들의 상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전략이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랜선투어는 코로나19 때문에 생겨난 시도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여행을 떠나기전 여행지를 먼저 체험해 보고 싶어하거나, 여행을 다녀온 뒤 다시 현지의 문화·역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이용자들이 정보습득 차원에서 관련 상품을 계속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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