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하면 취직"…WHO 직원들, 콩고에서 여성 수십명 성착취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0.09.3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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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사진 = 게티이미지


에볼라 바이러스로 2300명 가까이 숨진 아프리카 중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와 주요 비정부기구(NGO)의 구호 활동가들이 수십 명의 현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 시간)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의 인터뷰를 전하며 콩고의 성 착취 현실을 고발했다. 역사상 두 번째로 혹독하다고 알려진 에볼라 바이러스의 창궐을 틈타 WHO의 구호 활동가들이 현지 여성을 성 착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피해 여성들에 따르면 자신을 WHO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힌 남성들이 자신과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했으며, 이를 거절하면 직장에서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자리를 갖기 위해 WHO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들도 있었다.



에볼라가 발생한 베니에 있는 많은 여성들은 이와 유사한 증언을 잇따라 내놓았으며,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남성들이 현지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관행은 이미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성착취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WHO나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임금에 있다. 국제기구에 고용된 요리사, 청소부 등은 한 달에 50달러에서 100달러(한화 약 6만~12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이는 현지 평균 임금의 두 배가 넘는다.

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여성이 성착취로 인해 임신했으며, 피해 여성 중에는 심리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생존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성적 착취는 유엔(UN)의 무관용 원칙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기구 근로자들의 성착취 혐의에 대해 엄중 대응을 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WHO는 이같은 혐의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WHO 근로자들이 현지 사람들에게 저지른 성적 착취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연관된 사람은 즉시 해고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콩고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에볼라바이러스 대유행과 민병대 내전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에볼라바이러스의 10차 유행은 23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종식됐으나, 북서부에서 11번째 유행이 재차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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