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할머니의 비대면 추석…"손주 통화인디 이쁘게 보여야제"

뉴스1 제공 2020.09.3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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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임자도 주민 김정임씨, 서울·부산 손주와 영상통화
KT 지원…"코로나로 못만나지만 이렇게라도 보니 좋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전남도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서 김정임 할머니(73)가 'KT 나를(Narle)' 앱 영상통화를 이용해 서울에 사는 손주 정서율 양, 전남에 사는 손주 정윤찬 군, 아들 정창일씨, 시동생 정행선씨와 비대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2020.9.29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전남도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서 김정임 할머니(73)가 'KT 나를(Narle)' 앱 영상통화를 이용해 서울에 사는 손주 정서율 양, 전남에 사는 손주 정윤찬 군, 아들 정창일씨, 시동생 정행선씨와 비대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2020.9.29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신안=뉴스1) 황희규 기자 이수민 수습기자 = "여기 좀 있으면 우리 손주들이 나온다, 이거지?"

"어? 할머니다! 할머니!"

"아이고 우리 강아지들! 고새(그 사이에) 많이도 컸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9시50분. 전남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 설렘 가득한 마음을 안은 김정임씨(73·여)가 들어섰다.

10시에 영상통화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10분 일찍 도착한 김씨는 의자에 앉아 가장 먼저 가방을 뒤적거렸다.



가방에서 빗을 꺼낸 김씨는 "오랜만에 손주들 만난디 예쁘게 보여야제"라며 연신 머리를 매만졌다.

스마트폰이 연결된 TV 앞에 앉은 김씨는 긴장한 탓인지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못봐가꼬 걱정했는디, 이렇게라도 얼굴 본다니 얼마나 좋아. 맘이 설레."


10시가 되자 TV에는 가장 먼저 전남에 사는 손자 정윤찬군이 한복을 곱게 입고 나타났다.

이내 서울과 부산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손녀들과 아들, 시동생 등 김씨의 가족들의 얼굴이 비춰졌다.

평소 같으면 최소 10시간 귀성길에 올라야만 만날 수 있었던 반가운 할머니의 얼굴을 이날은 영상을 통해 밝은 모습으로 안부를 물었다.

김씨는 보고싶었던 얼굴들이 1초 만에 나타나자 환하게 웃으며 가족들을 맞이했다.

"아이고 고새 많이 컸다야, 요새 학교도 잘 못가서 우짜냐(어떡하니)?"

서울에 사는 손녀 정서율양을 본 할머니가 반가운 듯 TV 앞으로 다가가 화면을 매만졌다.

"우리 서율이 앞니 빠졌네, 이 뺄 때 안 아팠디야?"

한복까지 곱게 빼입은 정윤찬군은 "할머니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려보였다.

손자가 하트를 그리며 애교를 부리자 TV 화면에는 온가족의 웃음꽃이 피었다.

명절 날 시골집에서 늘 들었을 법한 이야기도 화면 속에서 오갔다.

"어머니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전에 보내드린 영양제는 잘 챙겨 드시죠?"

처음으로 맞이한 비대면 명절에 화면을 어색해 하던 가족들은 어느새 영상통화를 마칠 때가 되자 일제히 눈시울을 붉힌다.

"예쁜 내 강아지들 보고싶어 죽겄네. 그래도 이번 추석은 오지말고 마음만은 가깝게 하자. 이거 좋다야 이렇게 자주 전화하자."

스케치북에 한 자 한 자 적어온 메시지를 흔들던 김씨는 화면이 꺼질 때까지 손주들의 이름을 불렀다.

통화를 마친 후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던 할머니는 "세상이 참 신기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참 신기하고 운이 참 좋아. 전염병이 있어도 이렇게 기술 좋은 세상에 사니까 다 만날 수 있잖어"하면서 웃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전남도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서 김정임 할머니(73)가 'KT 나를(Narle)' 앱 영상통화를 이용해 손주 정윤찬 군과 비대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2020.9.29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전남도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서 김정임 할머니(73)가 'KT 나를(Narle)' 앱 영상통화를 이용해 손주 정윤찬 군과 비대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2020.9.29 /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현장을 찾아 통화 중계를 도운 KT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요양기관 등에서 가족들과 함께할 수 없음에 가슴이 아팠다"며 "명절에는 온 가족이 모여 북적북적해야 하는데 기술로라도 그 기분을 낼 수 있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KT는 추석 명절을 맞아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된 노인요양원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 '나를(Narle)' 영상통화를 활용한 '요양원 안심 면회'를 지원 중이다.

생이별의 아픔을 겪는 많은 환자와 가족의 고민해결을 위해 지원 사업을 펼친 KT는 지난 26일 전남 장흥 행복드림노인요양원에서 처음 도입, 전국 요양원에 안심 면회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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