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에 팔린 시골 폐교…어디에 쓰려고?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0.10.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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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비드 공매에서 17억5000만원에 낙찰된 전북 김제시 소재 폐교 금구중학교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최근 온비드 공매에서 17억5000만원에 낙찰된 전북 김제시 소재 폐교 금구중학교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


#올해 8월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 입찰에서 2005년 폐교한 전북 김제시 금구면 소재 금구중학교 건물과 토지에 대한 공매가 진행됐다. 최종 낙찰가는 17억5000만원. 토지 평당 매각가는 약 32만원으로 주변 논밭과 임야 시세보다 적게는 4배, 많게는 30배 이상 높은 가격대다.



#2014년 폐교한 전남 해남군 문내면 소재 문내초등학교 건물과 토지도 지난달 초 온비드 입찰을 통해 6억30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주변 땅값보다 3~4배 웃돈이 붙은 가격이다.

주변 교통이 불편하고 유동 인구도 없어 장기간 방치된 시골 폐교가 이처럼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최근 폐교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싼 값에 팔리는 시골 폐교…리모델링 통해 카페, 박물관, 캠핑장 등으로 탈바꿈
1일 법원경매 및 공매 분석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최근 공매 입찰에 올라온 폐교 건물과 부지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다. 과거 수 차례 유찰돼 가격이 내렸는데 입찰 경쟁이 붙어 최초 감정가 수준으로 낙찰된 사례도 있다.

시골 폐교가 공매 시장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서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폐교의 넓은 부지를 활용해 개인이 애견카페를 짓거나 지자체가 박물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입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캠핑장, 수련원, 미술관 등으로도 활용된다.

인적이 드문 폐교 건물과 부지가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 명소로 자리잡은 사례도 많다. 지난해 7월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 개관한 '세계화석광물박물관'은 학생 수 감소로 2009년 폐교한 안창초등학교를 신안군에 매입해서 리모델링한 것이다. 2013년 폐교한 경북 고령군 우곡초등학교는 숲속의 애견카페로 탈바꿈해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7월 개장한 신안군 안좌도 세계화석광물박물관. 2009년 폐교한 안창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다. /사진제공=신안군지난해 7월 개장한 신안군 안좌도 세계화석광물박물관. 2009년 폐교한 안창초등학교를 리모델링했다. /사진제공=신안군
서울시는 경기 포천, 충북 제천, 경북 상주 등 지방 소재 8개 폐교를 활용해 가족캠핑장으로 운영 중이다.

지역 경기 활성화 도움…코로나19 진정되면 사업 수요 늘어날 것
폐교를 처분한 지방 교육청 입장에선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지역 명소로 자리잡게 되면 관광객도 늘어 지역경기에도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올해 6월 '폐교자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폐교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고 임대시 임대료를 감면하는 등 지원책을 강화했다.

저출산 및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을 중심으로 폐교 수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폐교 수는 3834곳이다. 이 가운데 2447곳은 공매 처분됐고 나머지 409곳은 아직 팔리지 않았다.

올해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캠핑장, 체험관 수요는 줄었지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폐교를 활용한 시장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장 팀장은 "최근 폐교 공매 결과를 보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팔려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는 채권-채무 관계로 법원에서 진행하는 경매와 절차가 다르다. 경매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재입찰되는데 그 때마다 최초 시작가가 20% 낮아진다. 반면 공매는 유찰시 1~2주 간격으로 재입찰이 진행되며 시작가는 1회 유찰마다 5~10% 가량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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