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춤하자 바이오 떴다…잘 나가는 SK그룹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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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주가마라톤 3]SK그룹

편집자주 그룹사 주가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과거와 현재를 반영하는 기업가치 뿐 아니라 미래 청사진과 총수를 포함한 경영진과 직원의 역량, 소비자 평가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 산업구조와 업황변화, 해외여건 같은 다양한 외적 변수가 망라된다.

하이닉스 주춤하자 바이오 떴다…잘 나가는 SK그룹


잘 나가던 자식이 주춤하자 막내들이 힘을 내는 모습이다. 그룹 내 시가총액 1위 SK하이닉스가 좀처럼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는 사이 SK바이오팜 등 바이오 종목이 급성장하며 그룹을 이끌었다. 덕분에 올해 5대 그룹 시가총액 2위 자리도 지켰다.



SK가 미래산업으로 점찍은 바이오가 올해 빛을 보기 시작하면서 전망도 밝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기존 대장주가 힘을 보태면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지난달 25일 기준)은 133조796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저점인 3월 19일 83조6325억원 대비 60% 반등하며 올해초 수준(129조8506억원)을 회복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62.2%)과 비슷하다. 5대 그룹 중 삼성(42.1%), 롯데(50.6%)보다는 좋고 현대차(101.7%), LG(85.4%)에 비하면 저조하다. 딱 중간 정도 성적이다.

그룹의 발목을 잡은 것은 대장주 SK하이닉스의 부진이다. 올해 초 9만4700원이던 주가는 여전히 본전을 회복하지 못한 채 8만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올해 저점 대비 상승률은 20.1%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불리는 성장주는 물론 삼성전자(34.8%)와도 큰 차이가 난다. 8월에는 3년 이상 지켜오던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6월 이후 서버 D램 가격은 15% 이상 하락한 상태다. 미국 정부의 제재를 앞두고 중국 화웨이가 주문을 쏟아냈지만 제재 이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들의 서버용 D램 재고 누적으로 수요가 줄면서 하반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부터 반도체가 상승 사이클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하면서 차세대 메모리 시장 진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의 자체 재고가 줄면서 올 2분기 이후 6개월 만에 D램 주문을 재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서버 D램 평균 가격은 4분기 14% 하락해 바닥을 확인한 뒤 내년 1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사진=뉴스1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사진=뉴스1
SK하이닉스의 부진에도 그룹 시가총액 순위 2위를 굳건히 지킨 배경에는 바이오가 있다. SK바이오팜은 올 7월 IPO 대박을 터뜨리며 시가총액 3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주목을 받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이 기업을 콕 찍어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신 임상 3상에 돌입한 아스트라제네카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으면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최대주주인 SK케미칼이 올해 그룹 내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여줬다. SK케미칼은 올해 초 시가총액 7832억원에서 3조3416억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SK케미칼 지분을 보유한 SK디스커버리 역시 올해 초 대비 138% 상승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내년 상장을 예고하면서 또 한번 IPO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과 함께 공모주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인 SK팜테코 역시 시장의 주목을 받는 비상장기업 중 하나다.

다만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주가는 연초 수준에 머물러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차전지 열풍을 타고 8월 초 시총 순위 20위 안으로 진입했지만 다시 25위(우선주 제외)까지 밀렸다. 1년 넘게 이어온 LG화학과의 ‘배터리 전쟁’ 첫 판결이 이달말 나온다는 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5G 업종 성장세에 힘입어 꾸준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3분기 국내 5G 가입자 수가 전체 사용자의 13.6%인 430만명까지 증가한 가운데 SK텔레콤이 절반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승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애플의 첫 5G 아이폰 출시가 예정됐다는 점에서 5G 가입자 증가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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