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가치가 '5조'라고? 빅히트 기업가치 근거는…[개관종]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10.02 10:30
글자크기

엔터사인데 네이버·카카오와 비교…시총 5조원 넘어 10조원 예상도



얼마전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미국의 대표 음악차트인 빌보트 핫100 차트 1위에 올라 큰 화제가 됐다. 신곡 발표 직후 2주 연속 1위를 하다 잠시 내려왔지만 지난달 29일 다시 1위에 올라 BTS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케 했다.



BTS는 음악시장 만큼이나 자본시장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곧 상장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이 회사의 주인(주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전세계 BTS 팬들이 빅히트 주식을 사기 위해 한국 증시에 몰려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전세계적인 팬덤과 BTS의 인기 등을 감안하면 아예 현실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현재 빅히트의 가치가 엔터사 치곤 지나치게 고평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달 24~25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빅히트 공모주 경쟁률은 1117.25대 1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시가총액으로 치면 4조8000억원 가량이다.

그동안 국내 연예계를 대표했던 엔터 3사(SM, JYP, YG)의 시가총액이 각각 1조원 남짓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기획사인데 5조원이나 책정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연이어 빅히트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면서 적정 시가총액으로 10조원 안팎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BTS가 가지는 무형자산의 가치와 플랫폼 기업으로서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완성형 아이돌' 꿈꾼 방시혁…BTS로 꿈 실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일 오전 생중계로 진행된 'Dynamite' 온라인 글로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일 오전 생중계로 진행된 'Dynamite' 온라인 글로벌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는 2005년 JYP 출신의 작곡가 방시혁이 세운 연예기획사다. 방 대표는 1994년 유재하가요제 출신으로 1997년 박진영에게 스카웃 되면서 JYP에서 본격적으로 프로듀서로서 활동하게 된다. 이후 god, 비, 박지윤 등 여러 가수들에게 다수의 히트곡을 선사하면서 스타 작곡가 반열에 오른다.

빅히트의 첫 아티스트로 2007년 에이트가 데뷔했고 2013년에는 지금의 빅히트를 있게 한 방탄소년단이 세상에 나왔다. 지금은 TXT, 여자친구, 세븐틴, 뉴이스트 등 여러 아티스트가 빅히트 및 빅히트 소속 레이블에서 활동 중이다.

방탄소년단이 데뷔하기 전만 해도 아이돌이라고 하면 단순히 예쁘장한 외모에 춤과 노래 정도만 할 줄 아는, '잘 기획된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뮤지션으로는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런데 방 대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다. 2010년대 전후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면서 대중들의 음악을 보는 눈높이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 아이돌은 단순히 춤과 노래만 잘하는게 아니라 작사, 작곡, 연주까지도 능통한 '완전체 아이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결과 나온 그룹이 지금의 방탄소년단이다.

처음엔 방 대표의 이런 시도에 냉소적인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BTS가 그들만의 톡특한 음악세계와 뛰어난 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면서 완성형 아이돌로서 BTS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BTS는 2015년 화양연화와 2016년 윙즈(WINGS) 앨범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급부상한다.

BTS의 성장과 함께 빅히트의 실적도 급증한다. 빅히트는 앨범판매, 공연, 굿즈 판매 등이 주요 수입원인데, BTS의 매출 비중이 무려 90% 이상이다.

2016년 35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이후 매년 2배 이상씩 점프한다. 지난해에는 416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3년 사이에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 모든게 BTS 단 한 팀으로 이뤄낸 성과다.

빅히트 기업가치 5조…무슨 근거로?
회사를 급성장시킨 방 대표는 상장 채비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BTS로 회사가 급성장했는데 이제는 BTS 이후를 대비할 시기가 된 것이다.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신규 아티스트 발굴·육성 등을 하려면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빅히트는 상장을 통해 약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 자금을 채무상환과 타 기업 인수 등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를 받으려면 우선 이 기업의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그런데 BTS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덩달아 빅히트의 몸값도 치솟는다.

현재 공모가 기준 빅히트의 시총 4조8000억원은 기존 엔터3사의 시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래서 "아무리 BTS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해도 5조원은 너무 비싼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물론 5조원이라는 몸값이 아무런 근거 없이 매겨진 건 아니다. 빅히트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이브이 에비타(EV/EBITDA)라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브이 에비타(EV/EBITDA)에서 EV는 기업가치, 에비타는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의미한다. EV를 에비타로 나눈 값이 이브이 에비타인데, 쉽게 말해 그 회사의 몸값이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의 몇 배 인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1년에 10억원을 버는데,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100억원이라면 이브이 에비타는 10배다. 1년에 10억원씩 10년을 벌면 100억원이 된다. 이브이 에비타가 10배라는 말은 내가 이 회사를 인수한다고 할 때 10년이면 본전을 뽑는다는 의미다.

어떤 회사의 적정 기업가치가 얼마냐를 평가할때는 그 회사와 비슷한 업종에 있는 회사들의 가치와 비교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빅히트의 경우 비교 대상으로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 YG PLUS, NAVER, 카카오 5개 회사가 선정됐다.

3대 기획사 중 한 곳인 에스엠은 최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적이 있어 비교 대상에서 빠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빅히트의 사업 중 '위버스'라고 하는 플랫폼 사업이 있기 때문에 같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비교 대상에 올랐다.

비교 대상 5개 기업의 평균 이브이 에비타는 42.36배다. 빅히트의 올해 예상되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이익이 1200억원 가량인데, 여기에 42.36배를 곱한 뒤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면 약 5조원이라는 기업가치가 나온다. 아무런 근거 없이 5조원이라는 가격을 매긴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첫날 '따상' 가능할까…쏠리는 관심
'2020 MTV VMA'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2020 MTV VMA'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상장 첫날 '따상'을 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따상은 '따블+상한가'라는 의미의 은어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가 되고 여기에 상한가를 친다면 하루에 최대 16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즉, 빅히트가 상장 첫날 따상을 하면 시총은 단숨에 5조원에서 13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시총 13조원이면 KT&G, 아모레퍼시픽, 삼성화재 같은 굴지의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이고, 한국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물론 따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최근 증시 분위기만 놓고 본다면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도 아니다. 공모주 청약에 실패해 상장 첫날 투자를 노리는 투자자라면 어느정도 수준이 빅히트의 적정한 가치인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공모주들이 높은 경쟁률에 힘입어 상장 초기 주가가 급등했다 얼마 안가 반락한 사례들이 많아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