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아들 휴가, 왜 보좌관님이?"…국회의원 개인사 동원 "여전"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0.09.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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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아들 휴가, 왜 보좌관님이?"…국회의원 개인사 동원 "여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휴가 특혜 연장 의혹으로 드러난 정치권의 또 다른 치부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국회의원 고유 업무가 아닌 개인사에도 동원하는 사례다. 2017년 6월 사건 당시 추 장관과 보좌관 최모씨의 카카오톡 문자메시지가 지난 28일 서울동부지검의 사건 조사 결과 발표에서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秋 아들 부대 장교 "왜 보좌관님이 이걸 하지?
검찰은 추 장관이 아들의 휴가 관련 의혹에 직접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했고, 보좌관 최씨와 추 장관 아들 서모씨도 1·2차 병가와 연가 모두 지역대장 승인 아래 실시됐다며 불기소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적절성 여부와 달리 추 장관의 개인사에 대한 보좌진 동원은 국회 안팎에서 한 목소리로 '부적절한 처신'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추 장관 사태 관련 방어에 적극적이었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조차 29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개인사에 보좌진이 일하는 것들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9월 초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서도 서씨 부대에 근무했던 한 지휘관 A씨도 "'왜 보좌관님이 굳이 이걸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보좌관 역할은 국회의원 업무 보좌인데"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의원 보좌진들이 사무실을 정리하며 21대 국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0.4.22/사진제공=뉴스1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의원 보좌진들이 사무실을 정리하며 21대 국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0.4.22/사진제공=뉴스1
의원 이사·연말정산 돕고, '사모'가 보좌관 면접 보기도
국회의원 보좌진의 업무 영역은 김 의원과 A씨의 생각처럼 의정과 지역구 활동 등에 국한돼야 하는 게 맞지만, 실제로는 모호한 업무 경계 탓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보좌관이 적지 않다. 수도권 외 지역구 국회의원이 당선된 뒤 서울에서 살 집을 알아보는 것은 그나마 '업무가 맞나?' 헷갈리는 일이지만, 의원 가족의 비행기 표 구매와 연말정산 또는 증여세 파악 등 '사적심부름'을 강요하는 경우도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것.

2016년 국회사무처를 인용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25명의 배우자들이 국회 상시 출입증을 받아 의원실을 제집 드나들었다. 또 당시 중진 의원 배우자는 국회 보좌진의 면접까지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주거나 인턴 보좌관이 청년의 '스펙'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보좌진으로 가족이나 친인척을 채용해 물의를 빚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19대 국회 당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딸을 국회의원 인턴으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국회 내 친인척 채용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 여파로 여야 다수의 의원의 친인척 보좌관이 논란 후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는 21대 국회에서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초반 8촌 동생인 윤모씨를 비서로 고용했다가 최근 임용 계약을 해지했고,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도 5촌 조카를 4급 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좌진들 "많이 나아졌다"지만…여전히 보좌관은 '의원 맘대로'
제21대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될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2020.04.13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제21대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될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2020.04.13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다수 보좌관들은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며 개인사에 보좌진을 동원하는 의원들이 많이 사라졌다는데 공감한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국회의원들의 보좌진 업무 관련 인식도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고, 보좌진 사이에서도 '갑질'을 일삼는 의원실을 기피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의 사례처럼 여전히 의원은 물론 의원 가족의 개인사까지 챙겨야 하는 일이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회의원의 사실상 '갑질'에도 보좌진이 좀처럼 저항하기 어려운 이유는, 보좌진의 고용 형태가 사실상 '의원 마음대로'기 때문이다.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임 또는 징계 절차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의원실에서 국회 사무처에 보좌진의 면직요청서를 제출하면 그 즉시 해임된다. 또 국회 사무처가 부당 인사 등을 검증하는 과정조차 없다. 별다른 해임 사유 없이도 면직요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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