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위기 현실로…'살기 위한' 두 기업의 합병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0.09.29 11:16
글자크기

데본에너지-WPX 합병 합의 '미국 8위 셰일기업'으로

AFP=뉴스1AFP=뉴스1


미국 셰일유 생산업체 데본에너지(이하 데본)와 WPX에너지(이하 WPX)가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미국 8대 셰일업체 탄생을 알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에너지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으로 합병을 택했다. 이 소식에 두 회사 주가는 두 자릿수 급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데본과 WPX는 합병에 합의했다고 2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약 60억달러(7조원)로 미국 셰일업체 가운데 8위에 해당한다고 RBC캐피털은 집계했다.



데이브 하거 데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를 통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한 생산량 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하거 CEO는 또 합병회사의 투자 비율을 영업 현금 흐름의 70~80%로 제한하고 생산량도 5%까지만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고정 배당금 외에 분기별 추가 배당금 지급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반색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데본은 11.11% 뛴 9.8달러에, WPX는 16.44% 치솟은 5.17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합병회사는 '데본에너지' 이름을 물려받는다. 하거 CEO가 회장을 맡고 리처드 문크리프 WPX 회장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경영난에 빠진 셰일업계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에너지 수요 부진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미국 셰일유 생산업계의 평균 생산단가는 그보다 높은 50달러 정도로 알려진다. 생산을 해도 이익을 내기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령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전쟁이 겹치면서 올해 4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던 국제유가는 경제 활동 재개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연초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양쪽 모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9210만배럴에서 9170만배럴로 낮춰잡았다. 또 주요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OPEC+)는 감산량을 지난달부터는 하루 200만배럴가량 줄였다. 수요 전망은 암울한데 공급은 늘어났다는 얘기다.

저유가가 계속되면 경영난에 빠진 셰일유 기업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여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한국시간 29일 오전 10시50분 현재 배럴당 40.30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33%가량 낮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