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독특하고.귀여운 판타지의 세계
#'왕따선생'들의 연대
괴물은 봉준호의 '괴물'보다 덜 무섭지만, 더 징그럽다. 귀신이 많이 등장하는 데 대부분 무섭진 않고 징그럽거나 엽기적이다. 그 점이 다른 호러물과 차이나는 점이다. B급 정서인데 귀엽고, 귀여운데 징그럽고, 징그러운데 또 무섭지는 않다..이 드라마의 색채는 엽기와 귀여움 그 어느 사이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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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한 캐릭터 월드
'보건교사 안은영'에는 주인공 이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먼저 허완수(심달기)와 김민우(이석형) 커플이 눈에 띈다. 두 사람은 목덜미가 젤리로 연결된 사이로 운명적인 연인이다. 외모나 성격은 둘 다 비호감 스타일인데, 둘은 늘 죽고 못 사는 사이. 안은영은 둘의 인연을 끊기 위해 처음엔 강민우의 머리를 삭발하게 만들고, 바로 다음 머리털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걸 알고 다시 둘을 납치해 몰래 겨털을 묶는 수술을 한다. 그 수술(?) 이후 둘을 묶었던 젤리가 끊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스토리 후반부에 둘을 묶는 젤리가 다시 생긴다. 그런데 궁금한 건 왜 둘의 인연을 끊어야 하는지, 왜 삭발은 안되고 겨털은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백혜민(송희준)도 눈길을 끈다. 학교를 잠식하고 있는 옴을 없애기 위해 전학 온 옴잡이. 이 옴은 다른 학생들에겐 보이지 않고, 안은영과 옴잡이인 백혜민에게만 보인다. 옴잡이는 20년만 살 수 있고, 죽었다가 다시 옴잡이로 태어나 옴만 잡아먹으며 살다가 20년 후 또 죽는 삶을 오랫동안 이어왔고, 학교 반경 3.58키로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학교를 돌아다니는 징그러운 옴을 주워서 입 안에 넣고 오독오독 씹어먹는 캐릭터다. 모델 출신의 신인배우 송희준의 연기도 정유미 못지않게 드라마속에서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안은영의 어린시절 친구인 김강선(최준영)이 억울한 산업재해를 당하고 귀신으로 찾아와 안은영의 불우한 어린시절을 알려주는 스토리, 학교 영어원어민쌤인 메켄지(유태오) 라는 비밀스런 캐릭터. 안은영의 절친이자 불온한 음모와 비밀을 담고 있는 침술원 원장 화수(문소리) 등. 톡톡 튀는 개성만점의 캐릭터들이 매회 새로 등장하고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정이 가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모두 비호감 스타일에 아싸(아웃사이더)캐릭터들이라는 점이다. 독특한 젤리귀신 상상력을 표현해 놓은 영상과 캐릭터들을 보는 것만으로 이 드라마는 절대 시간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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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드라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스토리의 개연성이다. 스토리 곳곳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왜 압지석을 열면 학교가 무너지는지, 안전한 행복은 왜 학교를 무너뜨리려고 하는지, 문소리는 안은영을 학교에 심어서 뭘 하려는 음모였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줘야 할 부분들이 설명 없이 지나쳐버려서 갈수록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젤리귀신 세계라는 아주 독특한 세계관과 캐릭터에 너무 힘을 쏟아버린 탓일까? 세계관과 전체 스토리가 이해하기 힘드니, 안은영도 비일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느껴진다. 쉽게 말해 드라마나 영화는 주인공과 동일시되는 감정이입과 몰입의 순간이 와야 되는데, 안은영에겐 끝까지 동화되지 않았다. 공감이 되려면 일단 이해가 우선인데, 이해가 되지 않으니 공감도 되지 않았다.
안은영의 비현실적인 동화세상이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질 땐 안은영의 입에서 차지게 “Shi-bal“이 붙어나올 때였다.
그나마 정유미의 “Shi-bal“로 이 드라마는 겨우 현실의 땅에 발을 붙인 것 같았다. 개연성과 구성의 완급조절만 조금 신경쓴다면, '보건교사 안은영'은 상당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드라마다. 시즌2를 기대해본다.
고윤희(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