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 하면 인텔, GPU 하면 엔비디아, NPU하면 韓기업 떠오르게 하겠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0.0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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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강국 만들자-끝]끝. ⑥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인터뷰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 기반이 튼튼하니까 정부가 꾸준히 투자하면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 관련해 “AI 반도체 시장을 우리가 주도할 경우 자율주행차나 관련 스마트기기 개발에서 훨씬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면서 “정부가 관련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성공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례가 여러 개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는 오는 2024년 약 52조 원 규모의 신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미래 반도체 시장의 판세를 완전히 뒤집을 차세대 유망 핵심품목인 것이다. 다음은 용홍택 실장과의 일문일답.



-2018년 정보통신산업정책관 때 AI 반도체 사업을 처음 맡았다.
▶처음 이 과제를 맡았을 때 AI 반도체는 생소했고 비슷한 개념인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3% 밖에 안 됐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이 분야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국가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 관련 회사인 인텔과 엔비디아 등이 있는 미국이나 중국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지배적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라는 점이 크게 끌렸다. 결정적으로 메모리(기억)와 프로세서(연산)를 통합한 AI 반도체 PIM(Processing in Memory)이란 아이디어를 듣고 승부를 걸어 볼만하겠다고 생각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 세계 1등이다. 서울대·카이스트(KAIST) 등의 대학 기초연구가 최고 수준에 올랐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같은 정부출연연구소에선 '알데바란'과 같은 세계적 수준의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것을 잘 업고 가면 세계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산·학·연 협력과 국내외 과학·혁신 네트워크 연계를 더욱 촘촘히 하겠다.

-목표는.
▶CPU 하면 인텔, GPU 하면 엔비디아가 떠오르듯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나 NPU(Neural Processing Unit·인공신경망처리장치) 하면 한국 기업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딱 1곳만이라도 나와주면 좋겠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기업) 업계를 대표하는 실리콘웍스나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퓨리오사AI 등 지금은 비록 적지만 앞으로 이런 유망 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는 역량·열정을 갖춘 미래 주자들이 우리에게 있다.



-AI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정부는 AI 반도체 사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10년간 1조96억원을 투입한다. 만약 정부가 직접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면 10조원 넘게 투입해야 할 거다. 정부는 그저 마중물 역할만 하면 된다. 관련 스타트업이 나오고 마음껏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게 인프라, 규제 등의 환경 정비로 양질의 토양을 만들어주면 그것으로 정부 역할은 최선인 것이다. 2013년에 연구소기업을 담당했다. 당시에 38곳 정도 있었다. 7년 만에 1000호점이 나왔다. 연구소기업 최초로 콜마BNH가 2015년 코스닥에 상장된 뒤 시가 총액 1조 7903억원의 회사가 됐다. 작년엔 수젠텍과 신테카바이오가 잇달아 상장했다. 이런 연구소기업을 자세히 뜯어보면 창업부터 기업공개(IPO)까지 평균 7.6년으로 국내 평균인 13년 보다 약 1.7배가 빠르다. 세계 평균인 6.3년에 근접해 벤처생태계 선순환 구조에 우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연구개발특구라는 공공기술사업화 인큐베이터를 통해 길러진다. 이곳에선 세제 혜택은 물론 기술개발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에 토양도 이런 형태가 될 거다. 기술취득 세제 우대, 기술이전수입 세금감면 등 유인책을 대폭 확대해 나가겠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 콜마BNH와 같은 롤 모델이 우뚝 서주면 이를 부러워하는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장을 내밀 것이다. 그땐 정부가 굳이 이렇게 해보라 저렇게 해주겠다고 말할 필요도 없다.

-AI
▶만약 한국의 정책사업을 브랜드화하라면 이번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을 대표 모델로 삼을 것이다. 규모가 1조원대인 거대 범부처 사업이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예타(예비타당성 조사)부터 사업단 출범까지, 다시 말해 R&D(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 달리기 체계로 기관 내외 관계자들의 협업을 도모하는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기초·원천 기술은 우리가, 응용·산업화는 산업부가 맡는 등 역할 분담을 통한 이어달리기 등 전략적 소통 및 공조가 매우 긴밀하고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처간 소모적 경쟁이 없으니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부처 간 융합 연구의 대표적 프레임을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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