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현장+] 산넘고 물건넜는데...코로나19에도 '실적' 때문에 상장폐지?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기자 2020.09.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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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W, 꼬박 2년 걸려 최대주주·감사의견 정상화...거래소는 코로나19에도 '실적 급감' 지적
코스닥시장위원회에 한줄기 희망...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넜음에도 고행이 끝나지 않았다. 상폐 사유를 모두 바로 잡았지만, 생각지 못한 이슈로 발목 잡혔다. 어렵게 정상화 길을 찾은 기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선통신부품 전문기업 EMW 이야기다.



지난 23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는 EMW를 '상장폐지'로 심의했다. 최종 결정은 10월 20일 이전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 달렸다.

그대로 상폐를 확정할 것인지, 개선기간을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기심위 결정을 뒤엎고 상장유지(거래재개)를 결장할 것인지 시장위에서 갈리게 된다.

■ 횡령·감사의견 문제 모두 씻어냈지만...


지난 2018년 9월 류병훈 당시 EMW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가 터졌다. 이 때문에 EMW는 거래정지는 물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횡령으로 인해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도 받을 수 없었다.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면서 형식적 상장폐지 대상에도 올랐다.

EMW는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두 가지 이슈를 모두 해결했다.

횡령 장본인인 류 전 대표를 사임시키고 횡령액 환수를 위한 법적대응에 나섰다.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것조차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M&A도 진행했다. 지난 2월 이앤에스인베스트먼트가 류 전 회장 지분 14%를 89억원에 인수하면서 새로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난 3월, 감사의견을 받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어디엔가 남아 있을지 모르는 우발채무를 찾아내고, 그것이 모두 해결됐다는 법원의 확인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EMW는 약 2개월도 되지 않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역대 최단기간 기록도 세웠다. 우발채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됐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월과 7월 연달아 2018년, 2019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들 수 있었다.

■ 거래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실적' 문제삼아...EMW "문제기업 낙인 찍지 말아달라"

코스닥 기업심사위원회에서 문제 삼은 것은 실적이다. 작년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너무 많이 악화됐다는 것.

EMW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은 연결기준 지난해 333억원에서 올해 156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31억 흑자에서 39억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별도기준으로는 매출의 경우 125억원에서 6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9억원에서 -51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너무 많이 나빠져서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기업의 현실을 도외시 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높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난관을 돌파한 기업과 주주들의 의욕을 꺾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주주들의 원성 또한 높다.

한 소액주주는 종목토론방에 올린 글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기업이 얼마나 많으냐"며, "기업 활성화 한다는 정부 대책은 어디로 갔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기업심사위원회 심사 기준이 매출 급감이라면 현 상장사 매출 급감 모조리 조사해서 상폐시키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느냐"며, "횡령건으로 거래정지 됐고 3년을 걸쳐 해소했으면 이것을 초점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자칫 회사가 다시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MW 관계자는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던 시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아 고객사에서도 우리에게 주는 발주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고객사 공장이 셧다운 되는 등 천재지변까지 겹쳤는데 단기간 실적을 문제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심사위원회 상장폐지 심의는 사실상 판단을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심위 차원에서 이미 개선기간을 부여해줬고, 개선기간이 만료된 상황에서 실적 안정성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코스닥시장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EMW는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전향적으로 판단해, 정상화 된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EMW 관계자는 "감사의견 적정이 나온 뒤부터 수주물량이 다시 늘고 있고, 국내 연구소가 풀가동 되고 있으며 베트남 공장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관련 자료를 다 제출했고 이를 고객사에 확인해보셔도 좋다고 했지만 거래소는 이를 믿어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재개가 되지 않으면 회사는 또 다시 신뢰를 잃게 되고 매출에도 큰 데미지를 얻게 된다."며, "꼬박 2년을 걸려 어렵게 정상화시켰는데, 다시 거래소에서 '이 회사는 문제 있다는 식'의 낙인을 찍어서는 안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이대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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