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성만 문제일까…산으로 가는 감사위원 전문성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9.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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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대표에게 공정경제3법 등 재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2020.9.22/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대표에게 공정경제3법 등 재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2020.9.22/뉴스1


최근 감사위원과 최대주주와의 연결고리를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기업지배구조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이들은 회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하고 내부통제제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핵심기능을 수행한다.



감사위원회 제도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이후 도입된 미국식 제도다. 이사회 멤버중 일부를 감사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이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어떻게 높이는지가 오래된 과제였다. 특히 한국은 최대주주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독립성에 집중해왔다.

그동안 사외이사, 그중에서도 감사위원(감사)은 외풍(外風)을 막는 역할을 해왔다. 고위 관료, 대형로펌 변호사, 국회의원 등 소위 '높은 분'들이 감사직을 맡은 것도 이때문이다.



이처럼 감사위원직이 최대주주에 대한 견제와 감시보다 보호와 조언이라는 소극적 역할에 머무르면서 독립성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덩달아 쇠퇴했다.

◇전문성 없는 감사위원…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자료=삼일회계법인/자료=삼일회계법인
상당한 회계·재무지식을 갖추지 못한 감사위원은 회사의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고경영자의 결정과정에 적절한 견제구를 날릴 수 없다. 오히려 사내 지원조직이 대부분의 일을 맡고 감사위원은 보고받는 수준으로 전락해 형식적인 감사가 이뤄지기 쉽다.


대형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 4곳이 힘을 모아 감사위원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도맡은 '감사위원회포럼'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제야 '걸음마' 단계를 지나고 있다는 평가다.

상법엔 한국만 갖고 있는 독특한 규정이 있다. 바로 감사위원회에 최소 1인 이상의 회계·재무 전문가를 두도록 한 것이다. 미국에도 없는 규정이다.

최대주주와의 이해관계를 줄이는 '독립성' 만큼이나 제대로 회사 재무정보를 보고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법무부가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상장사 425개사(회신 346개사)를 중간점검한 결과 감사위원 자격검토가 필요한 회사는 202개사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8.4%로 나타났다. 담당업무나 전공분야 등을 명확히 공시하지 않은 경우로 감사위원 자격을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아울러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2조원 이상 비금융 상장사에서 활동한 394명의 감사위원 중 회계·재무 전문가로 특정된 인원은 151명(38%)에 불과했다. 대부분 상장사 감사위원회가 3~4명 위원으로 구성된 것을 감안하면 법상 기준을 최소한으로 충족한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2018년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감사위원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한 '감사위원회 모범규준'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구성시 최소 2인 이상의 재무·회계 재무전문가를 포함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립적인 감사위원이 선임되도 회계나 감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결과를 보고받고, 내부통제도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퇴임한 회계법인 파트너가 감사위원으로 가장 많이 선호된다. 실제 감사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경험을 해본 것을 높이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부족한 업무시간, 낮은 보수, 부족한 경영정보…'첩첩산중'
회계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회계 /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감사위원은 낮은 수준의 독립성,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감사활동을 하고 있을까.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지만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 수준의 감사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감사위원은 비상근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월100시간 이상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보통 한달에 1~2번 회의를 하고 극단적으론 분기에 1회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보수문제와 연계된다. 국내 감사위원 보수는 평균 6000만원대로 미국(3억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위험수당' 개념이 있어 감사위원은 다른 이사진 내의 사외이사보다 더 많은 월급을 수령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둘간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위원의 활동범위와 감사깊이도 차이가 크다. 미국 GE의 경우 감사위원이 사내회의 뿐만 아니라 생산기지 시찰, 애널리스트 등 외부전문가 별도면담 등 업무반경이 사내를 넘어서는 등 적극적으로 감사활동을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감사위원회나 이사회 안건을 다루는 수준 정도의 회의가 대부분이다.

사내지원도 빈약하다. 상법상 '감사위원회는 회사의 비용으로 전문가의 조력을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사문화된지 오래됐다는 평가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감사위원은 기본적으로 독립성이 대전제로 확보돼야 한다"면서도 "감사위원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독립성 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활동성이 부족하고 경영정보 노출이 적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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