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치매안심정책

머니투데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2020.09.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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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치매안심정책


서울 성북구의 71세 김모 할머니는 파킨슨병으로 누워만 지내는 여동생과 함께 5평 남짓한 쪽방에 살고 있다. 치매환자인 김 할머니는 길을 자주 잃어버린다.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음에도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김 할머니 사례를 인지한 성북구 치매안심센터는 할머니를 대신해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했다. 주거복지센터와 연계해 쾌적한 곳으로의 이사를 도왔다. 또 할머니는 노인복지관, 기부식품 제공기관(푸드뱅크)으로부터 무료 세탁, 도시락 배달, 병원 동행 등의 도움을 받게 됐다.



김 할머니는 돌봐 줄 가족이 없었다. 치매환자를 보살펴 줄 가족이 있으면, 요양시설이나 병원보다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집에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정서적인 우울감, 육체적인 부담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18년 대한치매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 두는 비율은 14%, 근무시간을 줄인 경우가 33%다.

이러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 9월 ‘치매국가책임제’를 발표하고, 전국 시군구마다 공적 시설인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했다. 현재 치매안심센터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치매환자의 의료비와 장기요양비 부담을 대폭 낮추는 등 성과도 거뒀다. 이후 주소지와 관계없이 어느 치매안심센터든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치매쉼터의 이용시간도 하루에 3시간에서 7시간까지 늘리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제4차(2021~2025년) 치매관리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종합계획은 치매 치료와 돌봄의 서비스 내용을 잘 다듬어 치매가 있어도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담았다.

먼저 치매환자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계한다. 치매안심센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 정보시스템을 연계해 센터에서도 의료정보와 장기요양서비스 이용내용 확인해 개인별 관리를 하고자 한다. 경증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에 대해 초기에 전문적인 집중 관리 프로그램도 실시 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치매환자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족이 전문의로부터 정신건강 상담을 받고 치매환자를 돌보는 기술도 배울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도입한다. 또 치매가족휴가제의 이용일수를 늘려서 돌봄에 지친 가족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드릴 계획이다.


앞으로는 치매의 중증도에 따라 치매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욱 다양하게 마련할 것이다.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과 치매안심병원도 계속 늘려나갈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단을 구성했다. 사업단 구성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치매 원인규명, 조기예측과 진단, 치매 약물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등 치매극복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치매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치매국가책임제와 더불어 이번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계기로 치매환자와 가족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치매포용국가’를 향해 한발 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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