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위의 그늘...美, 中 SMIC 제재 속내는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9.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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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IC 홈페이지.사진=SMIC 홈페이지.


미국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의 숨통을 조이는 데에는 안보를 넘어 자국 산업 경쟁력의 저하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할 준비 중이기도 하다.

중국 반도체 ‘심장’ SMIC 겨눈 미국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SMIC와 거래를 금지하는 조처를 담은 서한을 기업들에게 보냈다. 상무부는 제재 부과 이유에 대해 “SMIC에 대한 수출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험(unacceptable risk)’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미 기업들은 SMIC와 거래를 하려면 상무부의 제품별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포함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에 이어 SMIC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두번째 중국 주요 기술 기업이 됐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SMIC 제재가 이전부터 암묵적으로 진행돼 왔다고도 전했다. FT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지난해부터 SMIC에 대한 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제재가 미국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하면서도 SMIC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의 ‘심장’과도 같은 기업이라고 전했다.


아킨 검프의 수출규제 전문 변호사인 케빈 울프는 “이번 군사 목적수출 제재는 미국 원산지 표시 제품 중 일부에 적용된다”면서 화웨이만큼의 제재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SMIC는 반도체 장비의 절반 가량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만큼 미 반도체칩 제조사인 퀄컴과 브로드컴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슨 리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SMIC 수출 제재가 현실화한다는 것은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제재에 포함되는 등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공격이 거세질 것이란 신호”라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의 폴 트리올로 기술정책 분석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이 SMIC에 대한 수출을 전면 중단시키고, 이는 중국 반도체 생산 능력의 급격한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는 미중 관계의 티핑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1위의 그늘…위기감 느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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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SMIC 제재에 나선 것은 반도체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통계를 인용, 미국의 반도체 시장 세계 점유율은 47%로 2위인 한국(19%), 3위 일본(10%)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놓고 보면 미국의 점유율은 12%로 중국(15%)에도 뒤쳐진다. 중국은 10년 뒤엔 이 점유율이 24%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엔비디아와 퀄컴 등 대부분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개발만을 수행하는 회사)기업이 많고, 생산은 한국이나 대만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은 군사기술과도 직결되는 반도체의 미국내 생산 능력을 현 상태로 방치할 경우 안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마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닛케이는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가 자국내 반도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총250억달러(약 29조4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SMIC 제재로 중국의 생산 능력은 막고 그동안 자국 생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번 보조금은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 6월 이러한 법안이 발의된 후 넉달만에 빠른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보조금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이나 연구시설을 지을 경우 건당 3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총 15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10년간 운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 안보에 민감한 반도체 생산에는 국방부가 50억달의 개발자금을 지원한다.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에 뒤지고 있는 반도체 미세공정화 기술도 지원하기 위해 50억달러 예산도 배정한다. 이렇게 연방정부에서만 250억달러가 투입되며 지방 정부의 세금 혜택 등 지원을 합치는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닛케이는 “시장주의 경제인 미국은 지금까지 특정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데 신중했다”면서 “공장 건설 등에 보조금을 직접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사회로 부당한 수출 보조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일본과 유럽 등 우방들과 공동으로 최신 반도체를 개발하는 다자 지금 설립 계획도 갖고 있다. 보조금 투입 대상도 현재 미국에 공장을 건설 중인 대만의 TSMC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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