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앞선 2년간과 달리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세종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 사진=뉴시스
치적을 쌓으려면 재정이 필요하다. 보수건 진보건 너나 할 것 없이 재정에 유혹을 느낀다. 박근혜 정부는 노인연금으로 보수층 지지세를 붙잡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에 더해 전국민고용보험과 재난지원금을 만들어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 410조 늘어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채무가 410조원이나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가 재정에 있어 들어온 돈(세입)보다 나가는 돈(세출)이 매년 늘어나기 때문이다.
첫째는 경제 성장보다는 분배에 집중한 결과다. 현 정부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에 국가가 개입해 소득을 재분배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역대급 장마에 따른 수해, 코로나19(COVID-19) 확산 등으로 돈을 풀 명분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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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부터 재정을 지키던 둑은 터졌다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재정전략과 2020∼2024년 재정운용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5.25/뉴스1
이후 1년여 만에 국가채무비율은 45%선이 위협받게 됐다.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난 3년간 매해 예산은 9%씩 늘었다. 매년 천문학적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이뤄졌다. △2017년 고용시장 침체에 따른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11조원 △2018년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3조8000억원 △지난해에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6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는 본예산 집행이 시작되자 마자 2월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추경을 짰고, 이후 수해 복구와 1,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소비대책 마련, 한국형 뉴딜 추진 명분으로 추경을 이어갔다.
1961년 이후 60여년 만에 4차례에 걸쳐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재정상황은 급속히 악화하자 선심성 재정지출 남발을 막을 장치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한해 추경 4차례…전쟁통이 아니고서야 지나친 선심
(경기=뉴스1)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9일 경기도청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등 극단적 위기상황에 빠진 골목경제를 살기기 위해 추석 경기 살리기 한정판 지역화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2020.9.9/뉴스1
문제는 실효적 구속력이 없다면 선언적 의미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추경의 경우에도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남북관계 변화, 대규모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발생 등으로 추경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지켜진 적이 거의 없다.
재정준칙을 통해 현 정부가 국가채무비율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차기 정부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이냐 문제는 여전하다. 차기 대통령이 여야 어느 곳에서 나오든 지난 대통령과 정부가 마련한 준칙은 ‘내로남불’로 비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치자들은 재정을 쓰고 싶은 유인이 많기에 일단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더 넓게 퍼져야 한다”며 “재정준칙은 (기재부가 아닌) 예산이랑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