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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찌감치 전 세계로 눈을 돌린 중국 CATL의 약진이 위협적이다. CATL은 독일에서 직접 배터리 공장을 짓고, 다임러와도 손잡으며 유럽 시장을 적극 노리고 있다.
그러나 BNEF의 배터리 공급망 순위는 △원자재 △셀·부품 제조 △환경 △RII(규제·인프라·혁신) △·최종수요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 업체들은 셀 부품 제조 부문에서만 역량을 인정받을 뿐 다른 부문에선 중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미국·유럽도 K-배터리 추월에 속도 높여
유럽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아시아 견제를 외치며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 '자급자족'을 선언한 유럽은 '자국산 배터리'로 분위기를 몰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서 "지난 세대는 어쩔 수 없지만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는 국산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도 성장성이 엄청난 배터리 시장을 가만 두고 보지 않을 태세다. 지난 10일 미국 에너지부(DOE)는 국방부, 국무부 등과 함께 '배터리 발전을 위한 연방 컨소시엄(Federal Consortium for Advanced Batteries·FCAB)을 발족하며 자국 배터리 산업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밝혔다. 이 컨소시엄은 "배터리는 가전에서 국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일상을 움직이는 데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열쇠"라며 배터리 산업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중국과 한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값싸고 파워풀한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다"며 "자라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외국 업체들에 의해서만 충족된다면 미국 산업은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테슬라도 배터리 자체 생산력 증진 선언해
한국 배터리업계에 또 다른 변수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TWh)까지 배터리 자체 생산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했고, 3년 내 배터리 제조비용의 56%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이 같은 계획들은 하나 같이 한국 배터리 업계에 중장기적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수급만큼은 철저히 '자사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독일 폭스바겐의 부품 조달 총 책임자인 슈테판 좀머 구매담당 이사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놓고 사퇴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220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배터리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웨덴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합작사 설립에 나선 것도 배터리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좀머 이사의 퇴진은 폭스바겐의 배터리 수급이 협력업체를 더 압박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고, 이런 모습은 비단 폭스바겐에 그치지 않고 모든 완성차 업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여러 변수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