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가는 새 경로 설계 완료”…韓 첫 달탐사선 연말 조립 착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9.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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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률 달탐사업단장, 과학기자협회 아카데미서서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 현황' 발표

“달로 가는 새 경로 설계 완료”…韓 첫 달탐사선 연말 조립 착수


우리나라 우주과학의 최고봉, ‘달 탐사계획’의 첫 테이프를 끊게 될 ‘시험용 달 궤도선’이 올해 말 본격 조립에 들어간다. 달로 가는 경로에 대한 수정 설계가 마무리 됨에 따라 달 궤도선의 비행은 오는 2022년 8월 1일 이후 가능해졌다. 이번 발사에 성공하면 본격적인 달 탐사를 한국형발사체(누리호) 등 자체 발사체로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이상률 달탐사사업단장은 지난 25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연 항공우주과학아카데미에서 “시험용 달 궤도선 무게를 줄이지 못하고 발사 일정을 연기했던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사업이 새로운 전이궤적 설계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비행모델 조립을 앞뒀다”고 밝혔다.



자료=항우연자료=항우연
위성 중량 초과로 경로 변경…"달 진입조건에 최적화한 BLT 궤적 설계 완료"
달 궤도선은 달 주위를 돌며 지형을 관측하고, 착륙선의 착륙지점 정보 수집,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실험 등을 실시하는 탐사선이다. 2016년 시작돼 2022년까지 약 20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하지만 정권 교체 때마다 계획이 변경되고, 현장 연구자들 간 갈등 심화로 설계가 지연되는 등의 난황을 겪었다.



시험용 달 궤도선을 보내는 방식은 애초 지구와 함께 공전하다 점차 거리를 늘리면서 달과 가까워지는 ‘단계적 루프 트랜스퍼’(PLT) 방식이었다. 하지만 현재 위성체 무게(약 678kg)로는 1년 간 달 임무궤도(100km)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작년 말 ‘달 궤도 전이방식’(BLT)으로 전격 변경됐다. 처음 설계한 달 궤도선 중량은 550㎏이었는데 678㎏까지 불어났다. 연료소모가 그만큼 늘어 12개월의 임무기간을 채우지 못할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내부에선 재설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고, 현실적으로는 달 궤도를 수정해 연료를 절감하는 쪽이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올해 12월 발사 계획은 2022년 7월 이후로 연기됐다.

이날 아카데미에서 이 단장은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와의 협의 과정에서 달 임무궤도에서 1년간 유지가 가능하도록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BLT 궤적을 제안 받았고, 그 동안 내부 연구자들이 현재의 달 진입조건에 최적화된 BLT 궤적 설계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BLT 궤적/자료=항우연BLT 궤적/자료=항우연
BLT 방식은 태양과 지구가 미치는 중력의 힘이 동일한 경계(약 150만km)까지 달 궤도선을 발사한 다음, 달 중력에 이끌리게 해 달의 공전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달 방향으로 바로 쏘아 올리는 것보다 연료 소모량이 약 25% 정도 절감되나 훨씬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이 단장은 “지구와 달의 거리가 38만km 정도이니까 약 4배 정도 더 멀리 날아가는 셈”이라며 “PLT로는 달까지 한 달이면 가지만, BLT로는 세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이번 BLT 궤적에 대해 나사 측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 궤적으로 달 궤도선이 달에 갈 경우, 정해진 임무수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나사는 우리 시험용 달 궤도선에 달의 영구음영지역(PSR·Permanent Shadow Region) 즉, 달 남극 관찰과 함께 달 표면을 찍는 ‘섀도캠’(ShadowCam)을 탑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4년으로 예정된 달 유인탐사선 착륙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장은 “그 동안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에 기술적 어려움, 일정 지연 등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새로운 달 전이궤적 등을 자체 기술로 설계하고 개발일정을 단축했다”며 “남은 연구개발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6개 탑재체 중 2개 기능시험 중…스페이스X ‘팰컨-9’에 실려 발사
항우연은 현재 시험용 달 궤도선에 장착될 부품들과 탑재체에 대한 기능 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비행모델 조립을 시작해 내년 최종 조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달 궤도선에는 △달 착륙선 착륙 후보지 탐색을 위해 달 표면 주요지역을 촬영하는 ‘고해상도카메라’ △달 표면 입자 및 우주선 등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한 ‘광시야편광카메라’ △달의 생성 원인 연구를 위해 달 주변의 자기장의 세기를 측정하는 ‘자기장측정기’ △달 표면의 자원탐사를 위한 ‘감마선분광기’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DTN) 시험을 위한 ‘우주인터넷 탑재체’ △달의 휘발성 물질 연구를 위해 달 극지방 영구음영지역 영상을 촬영하는 나사의 ‘쉐도우 캠’ 등 총 6기의 탑재체가 실릴 예정이다. 김형완 항우연 달탐사총조립시험담당은 “현재 고해상도카메라와 자기장 측정기는 개발 완료돼 기능시험을 하고 있으며, 나사와 국내 타 기관에서 개발 중인 탑재체들도 개발완료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용 달 궤도선은 오는 2022년 8월 1일과 9월 초 사이 미국 스페이스X 사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며, 도착일은 같은 해 12월 16일이다. 이후 초기 시험을 거쳐 2023년 2월부터 임무를 시작한다. 탐사 비용은 당초 계획(1978억원)에서 355억원이 추가돼 총 2333억원으로 늘었다. BLT 궤적 변경에 따른 스페이스X와의 발사용역 계약 변경도 완료된 상태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시험용 달 궤도선을 통한 심우주항법 등의 기술 확보는 국내 우주 기술 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우주탐사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이상률 달탐사사업단장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항우연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이상률 달탐사사업단장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시험용 달 궤도선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항우연
한편, 우주 강대국들은 최근 달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달에는 ‘헬륨3’라는 원소가 있는 데 소량만 있어도 지구 전체에서 1년간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우주학자들은 말한다. 중국은 지난 2007년 자원 채취를 위해 달에 간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1월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한 국가는 옛 소련,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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