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유력 투자자 등장에도 산은 '신중모드'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9.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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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본사 전경. /사진제공=쌍용차쌍용차 본사 전경. /사진제공=쌍용차


생존 기로에 선 쌍용자동차 인수에 유력후보자가 나타났지만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등 채권단은 ‘신중모드’다.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더라도 쌍용차를 살릴 수 있는 투자계획 등이 보이지 않는 한 금융지원은 없다는 게 채권단의 원칙이다.



27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이하 HAAH)은 지난 17일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측에 투자제안서를 전달했다. 제안서에는 약 30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의향과 함께 산은 등 채권단의 만기 연장과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를 인수할 다른 후보가 보이지 않지만 산은은 현재로선 HAAH 인수 제안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HAAH 제안을 신뢰할 수 없어서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2000만달러(약 240억원)의 HAAH가 실제로 투자금을 지불할 수 있을지, 대주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HAAH는 투자제안서에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HAAH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HAAH는 체리자동차가 주주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선 향후 체리자동차가 쌍용차를 우회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됐다가 기술 유출과 대량해고 사태를 경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HAAH는 쌍용차의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테슬라처럼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채권단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향후 중국측 자금이 들어오면 쌍용차를 또 중국에 넘긴 것 아이냐는 비판 여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쌍용차가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파는 회사인 만큼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이상 추가로 돈을 빌려줄 수 없단 입장이다. 덜컥 금융지원을 약속했다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쌍용차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7.7% 줄었다. 내수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말 7%에서 상반기 5.1%로 떨어졌다.


일부에선 정치권의 압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쌍용차 노사대표 등은 지난 11일 평택시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쌍용차에 대한 정부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산은에 각각 발송했다.

하지만 산은은 단순히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 쌍용차에 대한 추가 금융지원을 결정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쌍용차 상황은 일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아직 인수나 금융지원 여부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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