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브 전문매장 운영사 올랜드아울렛 매장 전경. 가전과 가구를 취급하는 리퍼브 전문 매장으로, 전국에 1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조원 넘어선 리퍼브시장에 속속 진입하는 기업들
제조사에서 직접 재포장해 새 제품처럼 판매하는 것이므로, 정상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정상 제품으로서의 상품 가치는 훼손됐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게 특징이다. 정상품의 반값은 흔하고, 할인율이 90%에 달하기도 한다.
롯데쇼핑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은 아울렛 매장을 통해 리퍼브 전문점을 다수 운영 중이다. 2014년 파주점에 처음으로 리퍼브 전문 '전시몰'을 입점시켰는데, 월평균 1억원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알짜' 매장이 되자 리퍼브 시장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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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은 현재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이천점과 롯데아울렛 광교점, 롯데몰 광명점 등 네 곳에서 리퍼브 용품 전문점인 '프라이스홀릭' '리씽크' '올랜드'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각 매장의 매출액은 월 7000만원~2억원인데, 이는 백화점 내 유명 브랜드 수준과 비슷하다.
e커머스 업계도 리퍼브 시장 선점에 열성이다. 티몬은 지난해 4월부터 매달 24일을 ‘리퍼데이’로 정하고 리퍼전문관을 운영하고 있다. 인기가 높자 티몬은 지난해 11월, 상시로 리퍼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리퍼창고' 카테고리도 만들었다.
지난 1~5월 기준 티몬 리퍼 상품 관련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2% 상승했다. 티몬 관계자는 "리퍼브 제품이 새 상품과 다를 바 없다는 소비자 인식이 확산되면서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더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용적 소비성향 타고 리퍼브 전성시대 열린다
업계는 앞으로도 리퍼브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성능과 만족감만 준다면 리퍼브 상품도 망설임없이 구매하는 실용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좋은 브랜드를 합리적 가격에 판매하는 리퍼브 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에도 실속파 고객들을 겨냥한 전략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꾸준한 리퍼브 시장 확대를 예상한다.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 발달로 정보 교류가 활발해졌단 이유에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돈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똑똑한 소비'를 하며 리퍼브 인기가 치솟았다"면서 "이전에도 리퍼브 물건들은 있었지만, 어디에서 판매하는지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시장 확대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발달로 리퍼브 판매처를 찾기 쉬워졌고, 점차 소비자가 몰리게 됐다. 업계도 시장 수요를 인식한 만큼 점차 더 시장이 커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리퍼브 공급은 제한적이니 앞으로 리퍼브 제품이 점차 오를 수 있고, 제품군도 확대될 것이라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씽크 '일산 재고센터' (리씽크의 창고형 오프라인 매장) /사진=리씽크 제공
리씽크 관계자는 "다양한 리퍼브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기업·환경·소비자를 잇는 재고의 선순환을 구현하고, 가치소비를 이룩한다며 "특히 재고가 묶여 '품맥경화'(제품이 시장에 돌지 않고 재고로 묶여있는 상태)가 발생한 기업들에 문제를 해결해주는 의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345만원 소파, 168만원에" 예비신혼부부 '반값 혼수' 비결
24일 리퍼브 매장 '리씽크' 롯데몰 광명점 내부 모습. 손님들이 노트북 등 리퍼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혜윤 기자
'39만9000원짜리 보랄 에어서큘레이터 5만9900원(85% 할인)'
#지난 24일 경기 광명시 롯데몰 미퍼브매장 '리씽크'. 다음달 결혼준비를 하는 직장인 김모(36세)씨는 매장에서 가격표를 확인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필요한 가전을 최대 80~90%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노트북 가격을 좀 찾아보긴 했지만 직접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왔다"며 "AS(사후서비스)도 되고 생각보다 물건들이 괜찮아 온 김에 다른 것도 사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 마련하는 것도 허덕이는 마당에 신혼살림은 꼭 필요한 것만 간소하게 사는 추세"라고 했다. "혼수는 무조건 프리미엄급 새 가전을 사야한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최근 예비신혼부부들에게 '가성비'는 혼수준비 제 1 신조가 된지 오래다.
온라인상에서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됐거나 모델하우스·매장에 전시됐던 제품, 제품 사용에 문제가 없지만 옆·뒷면에 스크래치가 난 상품, 재고로 쌓여있는 제품 등을 재판매하는 리퍼브 매장의 인기가 뜨겁다.
24일 리퍼브 매장 '리씽크' 롯데몰 광명점 내부 모습. 손님들이 노트북, 가방 등 리퍼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혜윤 기자
직장인 임지욱(25세)씨는 "전자제품은 뽑기라고 생각한다. 새 상품을 사도 잘못 뽑으면 쓰다가 바로 고장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값에 리퍼브 상품을 구매하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씽크에 따르면 8월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IT/노트북 매출액은 직전 2주와 비교해 약 2배 증가했다.
또 실속형 소비에 눈을 뜬 50~60대 중장년층도 리퍼브매장을 찾아온다. 남편, 딸과 노트북을 구매하러 온 50대 주부 한모씨는 "69만원에 노트북을 샀다"며 "온라인쇼핑, 인터넷뱅킹만 주로 하니깐 굳이 비싼 새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만족해했다.
이 용 롯데몰 리씽크 매니저는 "매장이 큰 편이 아닌데도 주말에는 평균 200~300명이 몰린다"며 "지난 5월에는 하루에 서큘레이터가 40~50대 팔리면서 단일 매출로만 2500만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랜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사진제공=롯데쇼핑
임현정 롯데백화점 리퍼브 바이어는 "코로나로 힘든 상황인데도 리퍼브 매장 매출은 큰 영향없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아울렛 고객이 아니더라도 리퍼브 상품을 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서동원 올랜드아울렛 회장은 "알뜰 스마트소비심리가 확산하면서 리퍼브상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정품에 가까운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랜드아울렛 파주본점/사진제공=올랜드아울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