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태권도 900도 발차기 "으악 살려주세요"[머투맨]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기자, 김소영 기자, 조동휘 기자 2020.09.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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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권영인, 한영훈 선수가 운영하는 전문 태권도 채널 '태권한류'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눈앞에서 태권도 900도 발차기 "으악 살려주세요"[머투맨]






'900, 540, 720'

유튜브 채널에 알 수 없는 의미의 숫자가 가득하다. 영상을 클릭하면 한 남성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고막을 때린다. 힘차게 땅을 박찬 남성은 좀처럼 공중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두 바퀴 반을 회전하며 내지른 발차기. 전 세계 태권도인 가운데서도 극소수만 가능하다는 900도 발차기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놀라운 영상이 가득한 이 채널은 '태권한류'다. 유튜브 내에서 태권도를 다루는 개인 채널 가운데는 가장 많은 수준인 구독자 5만7000여명을 보유했다.

채널을 운영하는 두 사람은 한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세계 무대를 누볐던 국가대표 출신인 권영인(26), 한영훈(27) 선수다. 한 선수의 경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태권도 품새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메달리스트기도 하다.

태권도는 어느덧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지 오래다. 이마저도 학령인구의 감소, UFC와 같은 이종격투기의 유행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두 사람이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


'태권도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태권도의 매력을 널리 알리겠다는 젊은 사범들을 유튜브가이드 머투맨이 직접 만나봤다. 인터뷰는 지난 16일 경기 화성시 태권한류에서 진행됐다.

엘리트 태권도 선수들의 유튜브 도전… "카페에서 10시간씩 편집"
/사진= 유튜브 캡처/사진= 유튜브 캡처
-엘리트 태권도 선수들이 태권한류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뭘까.

▶젊은 국가대표들이 태권도의 모든 것을 콘텐츠로 녹여내서 대중들이 쉽게 접하도록 하고 싶었다. 유튜브 안에만 봐도 태권도 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잘못된 교육을 하면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올바른 정보 전달에 더해 재밌는 태권도의 요소를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하도록 하고 싶었다.

-'태권한류'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한류'라는 대표성을 갖는 이름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태권한류라는 팀을 만들어서 인식을 변화시키고 가치를 더한 프리미엄 태권도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시합을 준비하면서 팀명을 생각하다가 권영인, 한영훈, 류현식 저희 3명의 성을 따서 '권한류'에 '태'를 더해 '태권한류'가 됐다. 여기에 태권도로 진짜 한류를 일으키자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다.

-당연히 태권도를 잘하겠지만, 크리에이터로서의 삶도 있다. 어떤 일과로 지내나.

▶2가지를 중점 두고 있다. 태권도를 아예 모르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태권도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다른 하나는 태권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1% 국가대표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유튜브는 강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시작했다. 사무실도 없어서 떠돌아다니며 카페에서 하루 10시간씩 편집하고 그랬다.

유튜브 수익으로 도장 마련…성인에게도 '전문 태권도' 가르치려
/사진= 유튜브 캡처/사진= 유튜브 캡처
-도장을 새롭게 냈다. 유튜브 수익으로 마련한 것인가?

▶많은 분들이 유튜브를 좋아해주셔서 그 도움으로 마련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경험을 교육으로 녹여내려는 목적이다. 유튜브 촬영도 할 수 있도록 조명도 달았다. 그동안은 체육관을 빌려서 촬영하고 그랬다. 아마 미래의 국가대표들이 여기서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일부 골목상권 뺏기라는 지적이 있는데, 일반부(유아·청소년 대상)를 만들지 않았다. 전문반만 20명 내외로 운영한다.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면 찾아오라는 콘셉트다.

-태권도라는 아이템 한 분야만을 다루다 보니 내용이 중복될 수 있다.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고민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 지금 구독자가 5만7000명 정도인데 태권도만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점에 부딪힌 것 같다. 도장 오픈 때문에 신경을 많이 못 쓴 부분도 있어서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와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태권도 발차기 10초 안에 빨리 차기, 파워 측정 등을 해보고 싶다.

-태권도를 얼마나 배운 건가. 요즘에는 태권도를 많이 안 하는 분위기다.

▶다 똑같다. 어릴 적 몸이 허약해서 부모님이 도장에 보내셨다. 하다 보니 운동신경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시합에 나가면 1등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하던 게 지금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나라에서 태권도가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취급되고 있어서 태권도의 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고 싶은 부분도 그 인식을 개선하려는 거다. 성인들도 태권도를 충분히 배울 수 있다. 날아 차기 등 화려한 발차기는 태권도 시범의 한 분야일 뿐이고 호신술, 품새 등 많은 교육과정이 있다.

부모님도 좋아하는 유튜브 활동 "뿌듯해, 가치 있는 사람 되려 노력"
/사진=김지성 기자/사진=김지성 기자
-태권도 버스킹은 어떤 계기로 했나.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중단 상태인가?
▶예전에는 '태권도에 무슨 춤을 섞냐'는 반감도 있었다. 그래도 음악에 맞춰 태권도를 하면 많은 분이 더 공감해주신다. 버스킹을 하는 이유로는 저희 스스로가 재미있고 행복해서다. 관객들의 표정이나 호응을 직접 살필 수 있다.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태권도를 알릴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일반 구독자 가운데 모집을 해서 함께 2달 정도 연습하고 버스킹을 나갔는데,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다 막혔다.

-유튜브를 시작한 것에 대한 주변 또는 가족의 인식이 어떤가.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신다. 어디 가서도 친구분들께 '우리 아들이야' 이러면서 영상을 항상 보여주신다.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가 있는 것에 굉장히 자식으로서 뿌듯하다. 어린 친구들이 특히 팬이 많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팬'이라고, 태권도 '재미있다'고 해주면 너무 뿌듯하다. 과거에는 몇몇 사람들에게만 영향력을 끼쳤다면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많은 시청자에게 영향을 주게 됐다. 그래서 더 가 치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독자와 머투맨 구독자를 위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3개를 추천해달라.
▶'워크맨'과 '와썹맨'을 많이 본다. 편집이 재미있고 옛날 방송과는 편집 기술이 완전히 다르다. 빠른 컷편집과 꾸미지 않는 자막 스타일이 너무 와 닿는다. 재미있어서 많이 참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스포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말왕TV'도 즐겨 보고 있다. 언젠가 협업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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