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대통령-南 동포들에 미안"…'월북 의사' 언급없어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0.09.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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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경계근무 중 사살, 불에 태운 것은 '시체'가 아닌 '부유물'이라 주장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현장을 방문하여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9.15.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태풍 피해복구를 마친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현장을 방문하여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9.15. [email protected]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사살 사건과 관련해 사과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과는 매우 드문 일이다. 북측은 경계근무 과정에서 A씨를 사살했다고 했고, 시체는 찾지 못하고 A씨가 타고 온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월북 의사'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A씨 사살 사건과 관련해 북측이 우리 측에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통지문 전문을 소개했다.

통지문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 위협으로 신음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 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측은 통지문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라며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과정에서 사소한 실수가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사건 경위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북측은 지난 22일 황해남도 강녕군 금동리 연안수역에서 A씨를 발견했다고 했다. 어로 작업 중이던 수산사업수 부업선이 부유물 위에 있던 A씨의 80m 전방까지 접근했고, 신원확인을 요구했다고 한다.


A씨는 수산사업부 부업선에 한 두 번 정도 "대한민국 아무개"라는 취지로 말한 뒤 추가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북측은 설명했다.

북측은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만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A씨)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라며 "일부 군인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 군인들이 해상 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하는 행동 준칙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는 게 북측의 입장이다.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

북측은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수색을 했지만 정체 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을 확인했다"라며 "우리 군인들은 불법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고, 침입자들이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즉, 사살한 것은 맞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고, 불에 태운 것은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이라는 것이다. 사살도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위한 게 아니라, 경계근무 과정에서 A씨가 통제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북측의 설명이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월북의사를 밝힌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에 태웠다고 발표했던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의 언급에 따르면 A씨는 월북 의사를 밝힌 바도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리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북측은 "우리는 귀측(한국)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이라 했는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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