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했던' 청와대, 세번의 순간…"지시 않고, 늑장 보고, 늑장 공개"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0.09.25 12:05
글자크기
군은 지난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사진=뉴스1군은 지난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사진=뉴스1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을 두고 정부가 이를 두고 부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청와대와 국방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A씨의 실종부터 피격까지 총 4차례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첫 보고 후 지시 없음 △대통령을 제외한 장관회의 및 보고 지연 △UN 연설을 의식한 사건 공개 지연 의혹 등 적어도 세 차례의 부적절한 대응이 발생했다.

A씨의 실종이 파악된 것은 지난 21일 낮 12시51분이다. 해경과 해군, 해수부는 선박 20척과 항공기 2대를 동원해 수색을 시작했지만 A씨는 이튿날인 22일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됐다.



북측이 발견한 인물이 A씨일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한 것은 22일 오후 3시30분쯤, 특정한 것은 오후 4시40분쯤이다. 두 첩보 모두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와 실시간 공유됐다.

"문재인 대통령, 첫 서면보고 받고도 구출 지시 없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관한 첫 대통령 보고를 받은 시각은 22일 오후 6시36분으로 '북측이 A씨를 발견했다'는 실종 첩보를 서면으로 받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군 당국에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대통령 서면 보고 이후 지시가 없었냐는 질문에 "제가 직접 지시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두고 "(대통령이) 첫 보고는 우리 국민이 살아 있을 때 받았다"며 "국가의 임무는 우리 국민의 생명보호가 첫 과제인데 그걸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패싱' 장관회의?…첫 대면보고까지 10시간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통령에 대한 첫 서면 보고 후 3시간 뒤인 밤 9시40분쯤 북한군은 해수부 A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웠다. 청와대는 밤 10시30분쯤 이같은 내용의 첩보를 보고받았다.

하지만 참모진들은 이를 10시간이 지난 23일 아침 8시30분에야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는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서욱 국방부 장관 등 5명이 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첩보의 신빙성을 먼저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한민국 국민이 사살당하고 40분 이상 불태워졌다는 것인데 당연히 참석했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주무셨는지, 또는 그 시각에 진행된 유엔총회 연설 때문에 참석하고도 안 한 것으로 하는 건지 면밀히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연설 때 피격 사건 알고도 '종전선언'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 보고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 보고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심지어 문 대통령이 A씨의 피격 사실을 알고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문 대통령의 연설은 지난 23일 새벽 1시26분에 시작해 1시42분에 끝났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 대통령에게 피격 보고가 이뤄진 것은 23일 아침 8시30분이라고 밝히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유엔 연설은 녹화 영상으로 사건 발생 전인 15일 녹화돼 18일 유엔에 이미 발송된 상태였다.

하지만 사건의 공개 시점을 둔 논란은 계속됐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21일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살됐다는 사실이 (22일)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알려졌다는 점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며 "정부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제안이라는 이벤트에 국민의 생명을 뒷전에 밀어 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3일 새벽 1시 긴급 관계장관회의(NSC)를 소집할 정도였다면, 이에 앞서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종전선언' 메시지를 담은 유엔연설의 전면 중단"이라며 "세월호 7시간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