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건강한데 '중증' 코로나 환자…'이것' 부족 때문이었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0.09.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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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갑자기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이유가 인터페론 반응장애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가 침투한 세포 안에서 생성되는 당단백질로, 바이러스 감염과 증식을 억제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30대 전후의 한 형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한 사람은 목숨을 잃고 한 사람은 중태에 빠졌다. 그로부터 2주 후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20대 형제 두 명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들은 모두 감염 전 건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들을 연구한 결과 인터페론이라는 물질이 없었다는 공통점을 찾았다. 불충분한 인터페론 양이 코로나19가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는 이유일 수 있다는 이 연구 결과는 이날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캘리포니아 라졸라 면역학 연구소 감염병백신연구센터의 셰인 크로티 교수는 "이 바이러스는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상당 기간 초기 면역 시스템의 발동을 피한다. 특히 초기 유형1 인터페론의 반응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인터페론 기반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인터페론이 부족해 병이 악화할 수 있다면 역으로 풍부할 경우 병이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사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와 혈장치료제들이 인터페론과 연관된 치료법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터페론은 감염 초기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호흡기 장애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페론 치료에 대한 수십 개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실험을 위해 코로나19 환자도 모집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협이 노인, 기저질환자 등에게 더 크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염증 수준과 면역력, 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의 양, 그리고 환자의 유전자 구성 등 다른 요소들이 병의 심각도에 영향을 준다고 추측했다.

일부 환자들은 체내에서 인터페론을 비활성화하는 항체가 생성돼 되레 코로나19와 싸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4일 세계적인 연구자들로 구성된 한 연구팀은 인터페론에 대한 비활성화 항체 때문에 여성의 최소 2.6%와 남성의 12.5%에서 코로나19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이언스지에도 중증질환자 987명 중 101명에게서 인터페론 차단 항체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무증상자나 경증자 중 이 항체가 나타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인터페론이 코로나19의 심각한 증세와 연관이 깊다는 추측을 굳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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