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 소유한 트로트 황태자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0.09.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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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사진제공=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가수 김호중의 파괴력이 어마어마하다. 그가 23일 발매한 첫 정규앨범의 판매량은 하루 만에 41만 장이 넘었다. 괴력이다. 가요계 관계자들도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호중은 현재 군복무 중이다. 그에 앞서 여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논란 중 일부는 인정하며 고개숙였다. 하지만 그를 향한 팬심은 요지부동이다.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어느 정도의 성과인가?

김호중은 지난 23일 첫 정규앨범 ‘우리家’를 발표했다. 소속사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측은 "‘우리家’의 판매량이 41만 1960장(한터차트 23일 오후 4시 기준)을 기록했다"며 "앞서 선주문 만으로 37만 장을 돌파하며 대중의 열렬한 관심을 입증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질까? 올해 상반기 앨범 판매 순위(가온차트 기준)를 살펴보면 1위는 방탄소년단(426만 장)이었고, 세븐틴(120만 장), 엑소 백현(97만 장), NCT127(78만 장), NCE DREAM(60만 장)이 톱5에 들었다. 트와이스, 아이즈원, 갓세븐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김호중의 현재 성적은 상반기 기준으로, 11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다른 가수들의 성적이 상반기 누적치이고 김호중은 하루 동안의 성적 임을 고려할 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향후 판매량이 늘면 톱10에도 충분히 들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두터운 팬덤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그룹이다. 톱100으로 범위를 넓혀도, ‘아이돌’로 분류되는 이들을 제외하고 톱100에 이름을 올린 솔로 가수를 찾아볼 수 없다. 김호중이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셈이다.

#김호중, 가요계 판도를 흔들다

지금은 음원의 시대다.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음원사이트에 접속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긴다. 음반(앨범), 즉 CD나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요즘 발매되는 앨범은 ‘듣는 가치’보다는 ‘소장 가치’에 방점을 찍는 아이템이다.

아이돌 그룹이 내는 앨범은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화보집을 방불케 할 만큼 수많은 사진이 담기고, 포토 카드 외에도 다양한 팬서비스성 물품이 포함된다. 팬들은 이 앨범을 삼으로써 ‘오빠’들과 일종의 교감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앨범 판매량은 팬덤의 크기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호중의 성과를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트로트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팬덤’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김호중이 부르는 노래의 장르적 특성상 중장년층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할 때, 김호중의 성공은 중장년층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외침이기도 하다.

기존 가요계가 바라보던 중장년층은 ‘소비 계층’이 아니었다. TV에 나오는 가수들을 수동적으로 접하고, 카세트테이프나 CD로 음악을 듣던 세대로 치부했다. 음원사이트에서 월단위 결제를 하고, 앨범을 구매하고, 콘서트를 찾는 적극적인 소비자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호중의 인기는 이 모든 편견을 깼다. 중장년층 역시 ‘지갑을 여는’ 능동적인 소비 계층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결국 가요계의 팬마케팅 방식과 대상 역시 수정돼야 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난 1년 간 강하게 분 트로트 열풍이 중장년층을 각성시킨 결과라 볼 수 있다"며 "TV조선 ‘미스터트롯’의 톱7이 그 역할을 톡톡히 했고 가장 먼저 개인 정규 앨범을 낸 김호중을 통해 가요계의 뒤바뀐 역학 구도가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사진제공=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김호중, 롱런을 위한 조건

김호중의 이런 성공을 지켜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미스터트롯’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그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소속사로 옮기기 전 꽤 긴 시간 함께 했던 전 소속사 측의 폭로가 시작이었다. 이후 병역 특혜 의혹을 비롯해 친모가 팬에게 굿을 강요하고 부적절한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때마다 소속사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부터 "법적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며 논란에 맞섰다.

하지만 불법 도박 의혹에 대해서는 이를 일부 인정했다. 소속사 측은 여러 매체를 통해 "김호중이 스포츠토토를 한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편의점을 통해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를 시작했는데 전 매니저 권 씨의 지인인 차 씨의 소개로 불법 사이트를 알게 돼 차 씨의 아이디를 이용해 3만∼5만 원까지 건 게임을 여러 차례 했다"며 "처음에는 불법인 걸 몰랐다. 금액을 떠나 잘못을 인정한다"며 고개 숙였다.

김호중 역시 공식 팬카페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제가 한 행동에 대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전에 제가 한 잘못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추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이 김호중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는 것은 이번 앨범 판매량을 통해 입증됐다. 논란과 별개로 그를 향한 팬들의 마음은 식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이는,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단단한 팬덤을 갖춘 아이돌 그룹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룹에 소속된 몇몇 멤버가 잘못을 저질러 구설에 올랐을 때, 사과하거나 해당 멤버를 잠시 뺀 채 활동을 이어가도 팬덤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는다. 일반 대중과 언론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지적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않는다. 이는 아이돌 그룹들이 철저히 그들을 지지하고 기다리는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해나가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김호중은 이미 굉장히 견고한 팬덤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짚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다. 불우한 학창시절을 보내며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는 동정표부터, ‘미스터트롯’에 앞서 그를 SBS ‘스타킹’에서 ‘고교생 파바로티’로 거듭나게 했던 남다른 사연도 갖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 실력이 출중하다. 그의 개인적 논란과는 별개로 가수로서 본질에 충실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그가 가진 것이 많고 대중을 감동시킨 지점이 있었기에 이같은 팬덤을 구축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보다 롱런하는 가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추후 또 다른 논란에 불거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는 동시에, 진정성 있는 행보로 팬덤에 속하지 않은 일반 대중까지 설득시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윤준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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