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동료 "아니라는데"…정부에 야당도 "월북한듯" 왜?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구단비 기자 2020.09.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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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지난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사진=뉴스1군은 지난 24일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사살·화장 사건과 관련, 해당 공무원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라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밝혔다. 사진은 24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상에 정박된 실종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사진=뉴스1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의 '탈북' 여부를 두고 정부와 가족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군 당국은 A씨가 월북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단정하면서도 구체적 사유는 밝히지 않아 의문이 커진다.



국방부는 지난 24일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A씨가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자진월북을 시도하다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월북 발표에 유족은 즉각 '명예훼손'이라며 반발했다. 두 명의 자녀가 있고 공무원 직업을 가진 가장이 월북할 만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친형은 국방부 발표 직후 언론인터뷰를 이어가며 탈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A씨의 친형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월북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며 "(실종 시간에) 강화도 방향으로 조류가 흘렀다. 사고 당시 그 지역은 보통의 해역보다 열한 물때로 월북하려고 했으면 그 시간에 물에 뛰어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함께 배에 탔던 동료들 역시 A씨가 평소 성실했으며, 월북 의사에 대해 전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실종자의 월북 의사 여부 등과 관련한 동료들의 증언이 없고, 전혀 그런 얘기를 나눴던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군 당국은 A씨의 월북을 '정황 판단'을 들어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을 밝히진 않았지만, 국방부의 보고를 들은 여야 의원들 역시 월북 시도에 무게를 두고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긴급현안보고 후 "월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 너무나 선명해 보이기 때문에 국방부가 그렇게 정황판단을 한 것"이라며 "4가지 정도의 이유를 들어 설명했고, 그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브리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첩보와 정황에 근거하면 월북에 무게를 더 크게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전히 일부 야당 의원 중에선 의구심을 떨치지 않는 분도 계시지만 많은 의원들이 (국방부의 월북 시도 보고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A씨가 최근 이혼을 하고 감당하지 못할 빚이 있어 월북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동료 직원들은 A씨가 인터넷 도박에 빠져 동료 다수에게 수백만원씩 돈을 빌려 갚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A씨가 급여를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통보를 받는 등 채무 불이행 상태에 놓여있었고, 이혼까지 당하자 심적 부담을 느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하지만 A씨의 친형은 이러한 의혹에 "이혼한 사실은 맞지만 숙려기간이고 인터넷 도박은 저도 금시초문"이라며 "가족 관계가 이상하다, 채무가 있다. 이것은 뭔가를 덮기 위한 뉘앙스"라고 반박했다.

A씨가 배에서 단순 실족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해수부는 A씨가 배에 슬리퍼를 벗어둔 모습과 사고 당일 기상이 양호했던 것을 근거로 들며 "단순 실족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단정적인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A씨가 자진 월북이 아닌 단순 표류 중 사살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A씨의 월북 시도가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도 북한의 총살과 화장은 과잉대응으로 여겨지는데, 월북 시도조차 않았던 시민이 사살됐다면 국민적 공분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도 "(북한의 대응은) 반인륜적, 반인도적, 비정상적, 비상식적 야만적 행위" "북한에 엄중하게 항의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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