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잘못 탔네" 하루 수십명씩 승차했다 내리는 시내버스…왜?(종합)

뉴스1 제공 2020.09.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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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순환01번' 기점과 종점 모두 세하동 같아
출발 후 두 노선이 6개 정류장 함께 사용…시민들 혼선

24일 오전 광주 서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순환01번 버스에서 하차하고 있다.2020.9.24 /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24일 오전 광주 서구 한 버스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순환01번 버스에서 하차하고 있다.2020.9.24 /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아이고, 또 잘못 탔네."

시내버스를 탄 승객들이 급히 하차 벨을 누르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다급하게 내린다. 광주 '순환01번' 시내버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순환01번 버스를 이용하는 한 시민은 "매번 이용하는 버스인데도 까딱하면 버스를 잘못 타 낭패를 볼 때가 많다. 버스를 바꿔 타려고 허둥지둥 내리는 시민들을 보는 게 일상일 정도"라고 말했다.

순환01번 시내버스에서 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걸까.



광주 도심을 크게 한바퀴 도는 순환노선의 특성상 기점과 종점을 서구 세하동으로 함께 이용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세하동을 출발한 버스는 도심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시청행'과 반대 방향으로 도는 '운천저수지행' 노선으로 나뉘는데 문제는 세하동 출발부터 상무지구까지 같은 정류장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세하동을 출발해 서창농협 벽진지점, 김대중컨벤션센터역, 5·18자유공원, 상무금호아파트, 계수초교 정류장까지 6개 정류장을 다른 노선의 버스가 함께 이용한다.


계수초교 정류장을 지나서야 '시청행' 노선버스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상무대우아파트 정류장으로 향하고, '운천저수지행' 노선버스는 우회전해 한국수자원공사 정류장을 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버스 앞 전광판에 적힌 '계수초-시청행', '계수초-운천저수지행' 표시로 자신의 목적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칫 전광판을 못 보고 급하게 버스에 올라탈 경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심지어 세하동에서 오전 5시40분부터 오후 10시1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배차가 되는 것도 같아 운천저수지행 01번과 시청행 01번 버스가 나란히 정류장에 정차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무심코 앞에 정차한 버스를 탄 승객들은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잘못 탔다는 것을 인지하고 버스에서 내린 뒤 뒤따르는 버스에 옮겨 타기도 한다.

24일 오후 광주 서구 한 도로에서 진행방향이 다른 순환01번 버스가 나란히 주행하고 있다.2020.9.24 /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24일 오후 광주 서구 한 도로에서 진행방향이 다른 순환01번 버스가 나란히 주행하고 있다.2020.9.24 /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순환01번 버스로 출퇴근을 하는 김모씨는 24일 "젊은 사람들은 앱으로 버스를 확인하고 타도 실수할 때가 많은데 어르신들은 버스를 한참 타고 가다 잘못된 걸 알고 내리시는 경우가 많다. 매번 승강장에서 기사님께 어디 가는 버스냐고 묻고 타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상무지구를 벗어나더라도 최종 목적지가 '세하동'으로 적혀 있다 보니 자신이 가려는 방향만을 보고 버스를 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가장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 승강장의 경우 이 같은 혼란은 최고조에 달한다.

외지 이용객도 많은 상황에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만을 생각해 버스에 올랐다가 한참 지난 뒤 잘못 탔다는 것을 알고서 중간에 내리는 일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한 시민은 "금호지구로 가기 위해 당연히 터미널 건너편 승강장에서 금호동 방향으로 가는 순환01번 버스를 탔다. 하지만 상무지구를 거쳐 종점인 세하동으로 가는 것을 중간에 확인하고서 내려야 했었다"고 토로했다.

순환01번을 운전하는 기사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운전기사는 "세하동을 출발해 상무지구를 지날 때까지 승강장마다 이게 어디 가는 버스가 맞냐고 묻는 것에 답하기도 지칠 정도다"고 전했다.

이어 "어르신들이 종점 가는 버스에 앉아계시면 버스를 맞게 타신 건지 꼭 확인하게 된다. 노선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기사들도 혼란스럽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면 노선 표기법 등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순환01번 도입 때부터 운영되던 방식으로 10년 이상 된 노선도이다. 현장에서 잦은 혼란이 생긴다면 노선 표기법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시민 박모씨는 "순환버스이다보니 정류장을 잘 선택해서 타면 내가 원하는 곳을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노선이나 방향 표기가 좀 더 친절하게 됐다면 시민들 불편이 덜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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