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비교하면 무리"…증권사, 신용융자 고금리 받는 이유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9.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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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비교하면 무리"…증권사, 신용융자 고금리 받는 이유


빚을 내 투자하는 일명 '빚투' 규모가 11거래일 연속 17조원대를 기록하자 증권사들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2%대의 은행 신용대출 금리보다 4~5배 높은 9~10% 고금리를 챙기기 때문이다.



물론 증권업계는 은행과 다른 자금조달 방식에 따른 어쩔수 없는 결과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18일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4개월째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엔 사상 처음으로 17조원을 돌파했다.



신용공여란 증권사에서 주식 투자자에 제공하는 대출 서비스를 말하는데 이는 예탁증권 담보대출, 신용거래융자, 신용거래 대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와 고객 사이 사전 약정에 의해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행위다.

증권사의 고금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당국이 나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크게 인하하는 동안 증권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는 지적이다. 시장금리와 전혀 동떨어진 고금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권업계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은행과 근본적으로 자금조달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은행은 고객예금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증권사의 조달경로는 제한적이다. 자기자본 융자가 가능해도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조달한다.


"은행과 비교하면 무리"…증권사, 신용융자 고금리 받는 이유
금투업계에 따르면 증권금융은 보통 직전달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에 증권사 신용도에 따라 0.1~0.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인다. 지난 23일 CD금리(91)가 0.63%인점을 고려하면 증권사의 조달금리는 1%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여기에 가산금리를 붙여 수익을 낸다.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에 따르면 증권사는 조달 금리에 △유동성프리미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등 제반비용 △목표이익률 등을 감안한 가산금리를 붙일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신용융자 이용 고객은 현실적으로 사용 구간이 초단기(7~14일)인 투자자가 많다"며 "인하를 한다면 단기구간 금리인하 여지를 찾아보는 것이 맞지, 전체적으로 왜 은행보다 높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목별로 위험도가 다르고, 변동성이 큰 종목도 많다 보니 리스크가 (은행에 비해) 훨씬 크다"고 밝혔다.

한편 신용융자 잔고가 역대 최대수준까지 오르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제한(자기자본의 100%)에 따라 신용공여를 중단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신용융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고 개인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키움증권은 대출한도의 90%까지 찬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증권도 지난 16일 융자업무를 일주일간 중단후 22일부터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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