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만원 소파, 168만원에" 예비신혼부부 '반값 혼수' 비결

머니투데이 광명=정혜윤 기자 2020.09.26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내사랑 못난이' B급제품 전성시대…학생·직장인뿐 아니라 50~60대 중장년층도 '리퍼브홀릭'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인한 불황의 그늘에서 '못난이 식품' '리퍼브 제품' 등 이른바 B급 제품들이 사랑을 받고 있다. 조금 상처가 났다고, 이월이 됐다고 그동안 외면받던 제품들에 소비자들은 더욱 열광한다. 먹고 쓰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뿐 아니라 가격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B급 제품의 전성시대다. B급 제품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24일 리퍼브 매장 '리씽크' 롯데몰 광명점 내부 모습. 손님들이 노트북 등 리퍼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혜윤 기자24일 리퍼브 매장 '리씽크' 롯데몰 광명점 내부 모습. 손님들이 노트북 등 리퍼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혜윤 기자


'115만9000원짜리 LG전자 울트라 PC 59만8000원(49% 할인)'
'39만9000원짜리 보랄 에어서큘레이터 5만9900원(85% 할인)'



#지난 24일 경기 광명시 롯데몰 리퍼브매장 '리씽크'. 다음달 결혼준비를 하는 직장인 김모(36세)씨는 매장에서 가격표를 확인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필요한 가전을 최대 80~90%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노트북 가격을 좀 찾아보긴 했지만 직접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왔다"며 "AS(사후서비스)도 되고 생각보다 물건들이 괜찮아 온 김에 다른 것도 사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 마련하는 것도 허덕이는 마당에 신혼살림은 꼭 필요한 것만 간소하게 사는 추세"라고 했다. "혼수는 무조건 프리미엄급 새 가전을 사야한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 최근 예비신혼부부들에게 '가성비'는 혼수준비 제 1 신조가 된지 오래다.

온라인상에서 단순 변심 등으로 반품됐거나 모델하우스·매장에 전시됐던 제품, 제품 사용에 문제가 없지만 옆·뒷면에 스크래치가 난 상품, 재고로 쌓여있는 제품 등을 재판매하는 리퍼브 매장의 인기가 뜨겁다.



24일 리퍼브 매장 '리씽크' 롯데몰 광명점 내부 모습. 손님들이 노트북, 가방 등 리퍼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혜윤 기자24일 리퍼브 매장 '리씽크' 롯데몰 광명점 내부 모습. 손님들이 노트북, 가방 등 리퍼브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정혜윤 기자
이날 리씽크 롯데몰 광명점 매장은 평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노트북 등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최근 재택근무, 화상수업 등으로 학생과 직장인들도 매장을 많이 찾는다.

직장인 임지욱(25세)씨는 "전자제품은 뽑기라고 생각한다. 새 상품을 사도 잘못 뽑으면 쓰다가 바로 고장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값에 리퍼브 상품을 구매하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리씽크에 따르면 8월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IT/노트북 매출액은 직전 2주와 비교해 약 2배 증가했다.

또 실속형 소비에 눈을 뜬 50~60대 중장년층도 리퍼브매장을 찾아온다. 남편, 딸과 노트북을 구매하러 온 50대 주부 한모씨는 "69만원에 노트북을 샀다"며 "온라인쇼핑, 인터넷뱅킹만 주로 하니깐 굳이 비싼 새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만족해했다.


이 용 롯데몰 리씽크 매니저는 "매장이 큰 편이 아닌데도 주말에는 평균 200~300명이 몰린다"며 "지난 5월에는 하루에 서큘레이터가 40~50대 팔리면서 단일 매출로만 2500만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랜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사진제공=롯데쇼핑'올랜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 /사진제공=롯데쇼핑
지난 6월 문을 연 '올랜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도 입소문을 타면서 월 2억5000만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백화점 내 유명 브랜드 매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천점에서는 240만원짜리 삼성전자 양문형 냉장고(306L)를 46% 할인한 129만원에, 345만원인 한샘(소팔리티 887 실버 그레이코너) 소파는 51% 할인한 168만원에 판매했다.

임현정 롯데백화점 리퍼브 바이어는 "코로나로 힘든 상황인데도 리퍼브 매장 매출은 큰 영향없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아울렛 고객이 아니더라도 리퍼브 상품을 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345만원 소파, 168만원에" 예비신혼부부 '반값 혼수' 비결
국내 최대 리퍼브 전문매장인 올랜드아울렛의 파주본점 한 곳 매출은 웬만한 강소기업 연매출과 맞먹는다. 2016년 188억3300만원이었던 파주본점 매출액은 지난해 309억6600만원으로 뛰었고 올해도 33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토요일에도 2000여명이 매장에 다녀갔다.

서동원 올랜드아울렛 회장은 "알뜰 스마트소비심리가 확산하면서 리퍼브상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며 "정품에 가까운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랜드아울렛 파주본점/사진제공=올랜드아울렛올랜드아울렛 파주본점/사진제공=올랜드아울렛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