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속도 내는 '카카오뱅크'…내년 공모주 최대어 예약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양성희 기자 2020.09.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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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상장 속도 내는 '카카오뱅크'…내년 공모주 최대어 예약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계획을 공식화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출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영향이 크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의상장 대박 행진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내년에 상장이 이뤄지면 인터넷은행 상장 1호가 된다. 현재 장외 시가총액이라면 내년도 공모주 중 최대어가 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연내 감사인 지정 신청과 상장 주관사 선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IPO 목적으로 ‘자본확충’을 들었다.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말 현재 BIS 비율은 14.03%. 금융당국으로부터 적용받는 최하 기준(8.625%)을 웃돈다. 그러나 일반적인 안정권 기준이 14%대인 것을 고려하면 대출 여력이 빠듯하다. 8월 말 현재 카카오뱅크는 대출잔액은 납입자본금(1조8255억원)의 10배가 넘는 18조3257억원에 이른다. 최근 BIS 비율은 13%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카카오뱅크는 IPO 계획과 관련해 말을 아껴왔다. 당장의 일은 아니라는 쪽이었다. 그러다가 태세를 전환한 건 신용대출 폭증 흐름과 무관치 않다. 신용대출은 카카오뱅크의 본업이나 마찬가지인데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과 맞물려 최근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꾸준히 늘어 14조원을 돌파했다. 신용대출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자본금을 키워야 하는 사정이 생긴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 신용대출이 주업인 인터넷은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이라며 “대주주를 대상으로 한 반복적인 유상증자보다는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는 IPO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확보된 자금을 바탕으로 신용대출 영업에 더욱 열을 올린다면 시중은행 고객을 대거 빨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한도 축소,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카카오뱅크의 영업력은 크게 성장할지 몰라도 신용대출 증가 움직임을 멈추려는 당국의 방향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문제가 생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1.1% 수준인 국내 대출 시장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6조6000억여원 수준의 자본이 필요하다. 증권업계는 넘치는 시중 유동성에 힘입어 카카오뱅크가 상장할 경우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예정)의 폭발력을 넘어설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당장 다음달 초 상장 예정인 빅히트의 경우 공모 예정가 상단 기준 4조원대 중반에 이른다. 8000억원대 초반인 SM이나 1조3000억원대 JYP엔터테인먼트를 가볍게 제친다.

예상 시가총액은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카카오뱅크가 실제 6조6000억원대 자본을 확충하고 상장 금융지주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0.3배가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약 2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장외시장 거래 가격(약 12만원)으로 환산하면 46조원에 이른다. 시중은행의 대장주격인 KB금융(23일 종가 15조6136억원)의 2배가 넘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과 최근의 IPO 시장을 보면 기존 시중은행의 시가총액에 버금가거나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연내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것 말고는 증자 규모 등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 일절 논의된 게 없다”며 “지금 시점에 시장 눈높이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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