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복지정책 때문에 망했다는 베네수엘라…한국의 미래?

머니투데이 김현지A 기자 2020.09.27 06:20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야권, 복지확대에 "한국도 베네수엘라 된다" 경고…여권 "비교대상 못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사진=블룸버그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사진=블룸버그




포퓰리즘으로 쇠퇴했다고 평가받는 베네수엘라는 정치권 복지논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베네수엘라 급행열차"라 맹비난했고, 작년 10월 국감에선 당시 나경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 기조를 두고 "베네수엘라 같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베네수엘라 비교는 자존심 상한다"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때 산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는 왜 과잉복지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전락했을까. 또 복지에 신경 쓰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베네수엘라와 닮았을까.

'기형적' 산업구조가 불러온 경제 붕괴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 부국이다. 1999년 강성 좌파 성향의 우고 차베스가 집권해 '볼리바르 헌법'을 제정하고 석유산업 국유화에 나섰고,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벌어들인 오일머니를 빈곤층에 대한 무상 의료·교육, 저가 주택 제공에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이에 199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수준이었던 사회적 지출 비용이 2006년 40%까지 늘어나면서 '포퓰리즘' 정권이라 비판받았지만, 석유산업이 국유화된 후 2000년대 초반까지 회사수익과 GDP가 꾸준히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석유산업에만 집중된 산업구조가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를 불러왔다. 차베스 정부는 농업·제조업 등을 발전시키기 위한 산업화 정책을 펼쳤음에도 절대 우위인 석유산업 때문에 다른 산업이 발전하기 힘든 기형적 경제구조가 굳어졌다. 고유가 시대에는 생필품 등을 수입하는 것이 국내 생산가보다 낮아서 제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평가다.

차베스 사후 버스 기사 출신 니콜라스 마두로가 2013년 대통령에 당선되며 그의 정책을 계승했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권의 지지 기반인 저소득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서민복지 기조를 이어갔지만,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체제는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집중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들은 석유 생산을 늘려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대응했고, 2014년 이후 저유가 흐름으로 돌아서면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마두로는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화폐발행을 늘렸지만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지지기반이 무너지자 야당 탄압에 나서면서 정치적 혼란도 극심해진 상황이다.

한국=베네수엘라는 "가짜뉴스"
그러면 현 정부의 복지 확대 기조는 과연 베네수엘라의 전철로 이어질까. 다만 석유산업 의존도가 높아 유가 등 외부변수의 타격이 클 수 있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데다 여러 경제정책 제도·여건도 차이가 커 직접 비교는 지나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나 전 의원은 새해 예산안에 대해 "복지 지출 비율이 35.4% 늘어난다"면서 "베네수엘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홍 부총리는 복지제도와 산업구조는 물론 대외여건도 다른 베네수엘라에 우리 경제를 빗대는 것은 "자기비하적인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또 "베네수엘라와 재정여건 등이 완전히 다른데 수평적으로 비교하면 잘못된 정보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고도 말했다.


경제학 관련 저서를 펴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우리나라는 정부가 화폐 발행권을 가진 한국은행에서 직접 차입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 "베네수엘라와 같이 돈을 마구 찍어 초인플레이션이 생기는 현상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같은 방송에 함께 출연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왜 이런 수준의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 (복지 관련) 1년 예산으로 나라가 망하고 안 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일축했다.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