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투심 방전시킨 테슬라 '반값 배터리'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0.09.2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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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370,500원 ▼8,000 -2.11%)이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이후 거듭된 주가악재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테슬라까지 2차전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밝히며 투자심리가 크게 침체되는 모습인데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23일 LG화학 (370,500원 ▼8,000 -2.11%)은 전날보다 1.4% 하락한 63만원에 장을 마쳤다. 그간 낙폭이 과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장 초반에는 3% 넘는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이내 매물이 쏟아지며 5%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그나마 오후에 낙폭을 줄인 것이다.



이날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Battery Day)’에서 2차 전지 생산업체들의 판매가격을 낮추겠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2차전지 업체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LG화학 뿐 아니라 삼성SDI (401,000원 ▼4,500 -1.11%)와 2차전지 부품업체들의 주가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행사에서 이른바 '반값 배터리'를 조만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18개월 안에 배터리 원가를 56% 절감하고 2만5000달러(약2900만원가량)대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언급했다.



머스크가 청사진으로 제시한 배터리는 규격을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에서 4680(지름 46㎜·높이 80㎜)으로 확대하고 공정 개선을 통해 가격은 56% 낮추는 제품이다. 반면 주행거리는 54% 길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제공=AP 뉴시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제공=AP 뉴시스


테슬라는 규격을 키운 4680 배터리를 3∼4년 내에 양산하고, 생산능력 목표를 2022년 100기가와트시(GWh), 2030년 3TWh(테라와트시)로 제시했다.

가격 인하는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코발트 프리' 정책을 핵심으로 하는데, 코발트 대신 니켈 함량을 크게 늘리면 가능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제조공정과 셀(배터리 기본 단위) 디자인 등에 변화를 주는 것도 원가절감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LG화학 (370,500원 ▼8,000 -2.11%)이나 삼성SDI (401,000원 ▼4,500 -1.11%),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들도 추진하는 방안이고 단기간에 제품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 악재에 민감해진 상황이 되면서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이벤트가 투자심리에 큰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2차전지 가격이 낮아질 것이란 점은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전망에 구름을 드리우는 것이기도 하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테슬라가 배터리를 양산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이벤트를 통해 테슬라가 배터리 공급사에 가격을 낮추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은 지켜볼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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