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캐피탈이 먼저 찾은 실리콘밸리 韓 스타트업은?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20.09.2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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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진에딧·플리트업 창업경험 공유

/사진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사진제공=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세콰이어캐피탈은 새로운 창업기업을 찾기 위해 각 대학마다 스카우트를 따로 보내서 상주합니다. 처음 창업을 결심하고 UC버클리 교내 인큐베이터를 찾아 창업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같이 들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그 사람이 세콰이어 스카우트였어요." (이근우 진에딧 대표)

"소프트뱅크는 미국 외식업협회 컨퍼런스에 참가했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만난 사람은 거의 말단 직원이었고 계속 사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손정의 회장까지 만나는 데는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네요. 손 회장과는 딱 30분 미팅했고 이후 바로 투자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베어로보틱스·진에딧·플리트업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의 한국인 창업자들이 23일 줌 화상회의로 모여 한인 창업자 네트워크를 알리고 자신의 창업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2014년부터 7회째 개최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가 행사 사회자로 참여했으며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이근우 진에딧 대표 △곽성복 플리트업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섰다.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서빙 로봇 '페니'/사진제공=베어로보틱스베어로보틱스가 개발한 서빙 로봇 '페니'/사진제공=베어로보틱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설립된 인공지능 로보틱스 회사로 올해 1월 3200만달러(371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그동안 시리즈A 단계의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액 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소프트뱅크 외에도 국내에서 롯데액셀러레이터, 스마일게이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이 회사의 서빙로봇 '페니'는 하루에 매장 반경 5~10㎞ 오가며 100번 이상 서빙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자율주행기술에 기반한 로봇으로, 한 시간 동안 각 식당의 테이블 위치를 학습하고 나면 바로 설치해서 운영할 수 있다. 미국 외식업협회에 소개되면서 시장의 큰 호응을 얻었고 내년 대규모 양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정우 대표는 "인텔·구글을 거쳐 식당을 창업했는데 하루 종일 서빙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많은 거리를 걸어야 하는 것이었다"며 "'로알못'(로봇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외식업을 더 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술 솔루션을 찾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창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외식업을 타깃으로 한 로봇사업의 이점은 이 시장이 세계적으로 500억달러(58조원) 규모가 넘는 큰 시장이라는 점"이라며 "미국 기준 외식업의 인건비 규모만도 자동차산업 규모를 넘어서고, 홀서비스 인력 규모만으로도 광고 산업 규모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진에딧'은 미국 UC버클리 대학 출신의 이근우, 박효민 박사가 2016년 창업한 유전자 가위 관련 회사다. 난치성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편집 절단하는 최신 기술인 크리스퍼카스9 효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근우 진에딧 대표는 "세콰이어가 창업 초기 단계 시드투자부터 매 투자라운드를 진행할 때마다 투자에 참여해 회사로선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처음 투자 담당 임원 앞에서 발표를 한 뒤 과학적 검증을 위해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과 대담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몇 단계의 발표를 더하고 나서 그때 투자검증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회사에 자문역으로 합류하게 됐다"며 "세콰이어 측에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사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플리트업의 사업장 위치/사진제공=플리트업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플리트업의 사업장 위치/사진제공=플리트업
2013년 창업한 플리트업은 기업을 대상으로 구독형 차량관리 소프트웨어(B2B SaaS)를 서비스하는 회사다. 미국 실리콘밸리 외에도 중국 심천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개발 및 운영조직을 두고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24시간 원격으로 차량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곽성복 플리트업 대표는 "미국에서 오후 5시 업무가 끝나면 중국 직원들의 출근시간이 되고, 중국 퇴근시간이 되면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출근하는 식으로 3교대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경우 시장에서 수요가 많아 필요한 인력을 당장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글로벌 엔지니어팀을 꾸려 리스크를 분산시켰다"고 했다.

플리트업은 지난해부터 미국 외에도 멕시코·칠레로 사업 대상 국가를 확장했다. 회사는 국내 투자자인 휴맥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랍에미리트 정부 프로젝트에서도 5년간의 사업권을 얻어내고 중동 지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곽 대표는 "모빌리티 솔루션 특성상 국토가 크고 철도보다는 차량 운행에 의존하는 국가가 진입하기 쉽기 때문에 멕시코·칠레 등에도 진출했다"며 "코로나 사태로 미국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반면 멕시코·칠레는 아직 코로나19 검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 리스크 분산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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