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금융지주 회장 임기 '6년 제한' 추진...금융권 반발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0.09.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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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금융지주 회장 임기 '6년 제한' 추진...금융권 반발


여당이 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회사 수장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민간금융회사의 CEO(최고경영자) 임기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건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비판이 빗발친다.



23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 CEO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현재 법안 발의에 필요한 10인의 동의를 얻는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법에 없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조항'을 신설하고 그 기간을 6년으로 하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대형 금융지주 회장들은 보통 이사회로부터 '3년'의 임기를 부여받는다. 그런 만큼 3연임을 막겠다는 취지다. 단 주주총회 특별결의(재적인원 2/3 이상과 발행주식 의결권 1/3 동의)가 있을 경우 최장 9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CEO의 초장기 집권에 따른 여러 폐해를 막기 위해선 임기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라 사외이사에 6년 임기제한이 생긴 것에 맞춰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도 6년으로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김의원 측은 한 사람이 오랫동안 회장직을 수행할 경우 조직을 사유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최근 금융권에 3연임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도 법 개정 작업에 나선 배경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최근 3연임을 사실상 확정 지었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3연임 임기 후반부를 수행 중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9년이라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며 "대한민국 재벌체제의 결정적인 문제점이 소수 지분과 인사권 등을 가지고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는 점인데 지금 거대 금융지주 그룹들도 이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첫 적용대상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된다. 2017년 3월 임기를 시작한 조 회장은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해 2023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같은 시기 연임 임기가 끝나지만 첫 취임이 2018년 12월이었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내년 초 임기가 종료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인 만큼 이론상으로는 추가 연임이 가능하다. 다만 하나금융 내규의 '만 70세 이하'라는 연령규제 때문에 '+1년(추가 1년)'이 최대치다.

금융권은 반발한다. CEO의 장기집권이 '단기 실적 지상주의'를 지양하고 중·장기적 경영전략을 통한 그룹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민간 금융회사의 CEO 임기제한은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CEO 인사는 이사회가 경영성과 등을 반영해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규제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사회의 독립성과 배치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셀프연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후 각 금융지주들이 이를 막기 위해 내부규정을 손봤다"며 "시장의 자정능력을 무시한 과도한 '경영개입' 시도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경영권과 인사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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