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앱마켓 불공정약관 조사 시급"…"현행법도 고려 필요"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09.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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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인앱결제 강요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23일 오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인앱결제 강요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 이용 개발자들에 자사 결제 시스템을 통한 인앱(In-App) 결제를 강요하고 수수료 30%를 내도록 하는 앱마켓 약관이 공정거래법과 약관규제법상 불공정 요소가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법조계 주장이 나왔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2~3년 정도로 오래 걸리는 만큼 구글과 애플에 국회에서 개정 논의 중인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제재를 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OS 종속적인 구글·애플 앱마켓, 일종의 '끼워팔기'"
2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앱결제 강요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 온라인 간담회에서 정종채 변호사(법무법인 에스엔)는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에 따라 애플과 구글의 행위가 거래 강제 요소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요소, 가격 착취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한 번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iOS나 안드로이드 중 2~3년 간 한 앱마켓에 고정된다"며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 등 OS(운영체제) 시장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시장 지배력을 앱마켓에 전이해 고율의 수수료를 강제하는 구조가 된 것이므로 일종의 '끼워팔기'라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애플에 대해 "애플은 앱마켓 전체를 독자 시장으로 보고 자신들이 마이너 플레이어라 규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틀렸다"며 "iOS 기반 애플 마켓은 폐쇄형 마켓인 만큼 독점 사업이고 안드로이드 마켓은 구글이 지배적인 사업자"라고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이는 한국 시장에서 특히 중요한 문제"라며 향후 공정위가 시장 획정 판단에서 고려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앱 마켓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면 원스토어 같은 토종 플랫폼이 올해 시장 점유율이 18%를 넘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그것이 시장 인식과 부합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플로부터)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美 법원도 애플에 '反경쟁적' 의견…한국에도 의미"
정종채 변호사가 23일 오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인앱결제 강요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 간담회에서 발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정종채 변호사가 23일 오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인앱결제 강요로 사라지는 모든 것들' 간담회에서 발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 변호사는 해외 법인인 애플과 구글도 한국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

정 변호사는 최근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건 계정 삭제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에 주목했다.

정 변호사는 "연방지법이 30% 수수료를 강제하는 애플 행위에 대해 본재판에서 반독점적이라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시장 지배자에 대한 규제가 약한 미국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왔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구글은 한국에서 생기는 분쟁은 캘리포니아법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상기했다.

정 변호사는 "한국 대법원 역시 해상 운송 등 외국적 요소 계약을 외국 법을 준용하기로 했음에도 약관규제법의 민사적 효력은 공정위의 시정 조치는 한국 정부의 주권 문제라 가능하다고 봤다"며 "특히 앱마켓에 대해서는 '외국적 요소'라는 대법원의 전제 조건이 맞지 않는 만큼 우리 공정위가 규제와 조사가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독점 조사는 2~3년 이상 걸린다"며 "현 시점이 모바일 플랫폼이 대세가 되는 시점인 만큼 지금 착수하지 않으면 적기를 놓친다"고 촉구했다.

"규제는 법률로…전기통신사업법 적용도 고려 필요"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여한 법조인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정 변호사 의견에도 공감하지만 강한 규제는 독약이고 극약 처방이라 국내 생태계 악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 변호사는 공정위 조사보다 방송통신위원회 소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규제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이를 함께 활용하자는 견해다.

구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은 사업자가 부당한지만 보면 되니 규제 실효적 측면에서 더 낫다"고 말했다. 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자면 시장 획정 문제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시장 획정을 하는 것부터 조사가 오래 걸리고 그 사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시민단체 "앱마켓도 통신요금처럼 원가 공개 요구 필요"
이날 참석자들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요가 플랫폼 간 계층화를 만드는 등 IT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회의원 당선 전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했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국 대규모 사업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뀔 우려가 높다"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더 저렴한 앱을 활용할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수수료 가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 생태계를 만들어 유지하고 쉽게 배포할 수 있게 한 노력은 인정하더라도 비용을 과다하게 상회하는 수수료를 강요한다면 부당하다"며 "수수료 30%라는 가격이 적절한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들에게도 원가 공개 요구를 해서 따져보는 상황"이라며 "구글·애플이 30% 수수료를 계속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부터 체계적으로 따져보는 논점으로 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홍 의원은 "구글은 자신들이 결제 사업자에 지출하거나 망 유지를 위해 내는 비용도 상당하다고 방어한다"며 "원가 30%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될 수 있는 문제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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